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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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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으로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 [1]


BY 장미정 2000-11-18

새벽 5시 40분~

동네 목욕탕에서 가벼운 샤워를 했다.
남편과 사소한 다툼이 있다고 해서
떠나고 싶었던건 아니였다.

하지만, 가고 싶었다.
늘 꿈으로만 꾸던 일탈을 잠시 벗어 던지고
난 떠나고 싶었다.

혼자 만의 여행......

결코 아름답고 화려하지 만은 않을 것이다.
외롭고......
쓸쓸하고....

목욕을 마치고,
무작정 택시를 탔다.
청량리를 가자고 한 후,
난 지갑을 열어 보았다.

몇장의 수표와 만원권 지폐 두장이 있었다.
새벽에 달리는 서울 시내는 한산 했다.

"이 새벽에 어딜 가시는데요?"

택시기사가 말을 걸어 온다.

"훗~ 그냥 기차여행요.."

"혼자? 혼자 무슨 재미로요?
외롭고 청승맞아 볼이기도 할텐데..."

"그걸 느끼고 싶어서 가는걸요!"

기사는 내말에 웃음을 흘린다.
얼마나 이러고 싶었는지.....
아무 간섭없이 가보고 싶었던 여행.
돌아올 예정날짜에 구애받지 않은채........

남편 모르게 애들만 던져놓고 가버리는
가츨형 여행이지만,
이 순간 만큼은 아무 생각없이
마음 끌리는 대로 하고 싶었다.

점점 밝아오는 세상....
평화시장 지나면서 유달리 간판들이
많아 보인다.
난 눈으로 그 간판들 이름을 일일히
읽고 있었다.
괜히 이유도 없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도 더러 보인다.

청량리 588...
유리 상자 속 인형같은 여인들...
택시가 그 골목을 지나간다.
색다른 풍경이였다.
큰 키에 날씬한 몸매의 그녀들은
그 곳에 있기엔 너무 아깝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난 30분도 안되는 택시 안에서
여러 세상의 모습을 보았다.
역에서 하차하고,
난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의외로 분주한 모습들이였다.

정동진...........
모래 시계 덕분에 유명해진 동해 바다가 아니든가..
한번도 가보적 없고
말로만 듣던 곳을 난 지금 혼자 떠나려 한다.
나만의 여행을........

홍익서점이 보인다.
훑어보니, 거의 우리 가게에 있던 책이였다.
근데, 눈에 띄는 책이 있었다.
"서세원의 토크박스"
올 초에 발행 된 책이였다.
왜 몰랐지?

혼자 가는 긴 기차 여행에서
유일하게 나에게 작은 여유로움을 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가격을 지불하고 그걸 들고 난 서점을 나왔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빈 속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리워 졌다.

자판기 앞.....
300원 짜리와 400원 짜리가 있었다.
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400원을 넣었다.

늘 싸고,좋지 않은 것만 내 몫이였던 기억들이 많다.
오늘 만큼은 난,
나 자신을 고급스럽게 업(up) 시키고 싶었다.
결코 작은 커피 한 잔일지라도.......

커피 한 잔의 여유로움도 잠시....
기차출발 시간이 다가왔다.
기차에 올라탔다.
창가였다.

역무원의 목소리가 들리고
난 책을 껴안은 채 눈을 감았다.
이렇게 나를 위한
혼자 떠나는 여행을 출발하고 있었다.
기차가 출발 할려는
철거덕 거리는 소리와 함께.........



정동진 어느 PC 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