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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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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가 무서워...


BY 이화진 2000-08-29

제 친정어머니의 이야기 입니다.

지금부터 약 5년전, 엊그제 처럼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천둥과 번개도 합세했던... 그런 오후였습니다.
그 때만 해도 휴대폰이 지금처럼 널리 보급이 되진 않았었지요.
지금은 그냥 줘도 안 갖는 '삐삐'가 휴대폰 대신 역활을 톡톡히
하고 있을 때 였지요.

마침, 친한 아주머니가 놀러 오셔서 두분이서 잼있게 얘기를 하고 계신데, 어디서 뚜돠돠돠돠돠돠..... 하는 심상치 않은 소리가 났습니다. 두분은 잘못들었겠거니~ 계속 말씀을 하고 계신데
또 어디선가, 뚜돠돠돠돠돠돠, 뚜돠돠돠돠돠....(삐삐 진동소리)
하는 소리가 계속 나는 것이었읍니다. 어머니는 그 소리를 따라
따라서 겨우 오빠방까지 오실 수 있었어요. 그날 따라 오빠는
삐삐를 진동으로 해 놓고 그냥 출근을 했던 것이지요. 그것도
위험하게(어머니의 말을 빌리자면) 컴퓨터 바로 옆에 말이예요.
어머니는 삐삐가 소리만 나는줄 알았지 '진동'모드가 있는 줄은
모르셨던 거예요.

누가 호출을 했는지, 계속이고 몇번씩 번쩍거리면서, 또 그 요란한 소리를 내며 컴퓨터 바로 옆에 놓여 있는 삐삐가 어머니는 엄청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밖에는 비가 억수같이 오고있지요, 가끔 번쩍번쩍 번개도 치지요. 여기서 우리 친정 어머니!!!
특유의 침착함을 잃지 않으셨습니다. 우선 컴퓨터 전원 코드란
코드는 죄다 뽑으시고는...(폭팔이라도 하는줄 아셨답니다) 삐삐에 감전될까봐 옆에 있는 두꺼운 책으로 삐삐를 아주 조심히 컴퓨터 옆에서 떼어놓고 있을 바로 그때! 또 불이 번쩍번쩍, 뚜돠돠돠돠돠... 에그머니나! 어머니는 그 겁나는 삐삐를 바닥에 떨어 뜨리셨어요. 이걸 어쩌지? 어떻게 해야 하나? 또 한번의 치밀함과 냉정함... 어머니는 얼른 목장갑을 끼시고 주방에서 쓰시던 빨간 고무장갑을 겹쳐 끼시고는 아주 조심스럽게 바닥에 떨어진 폭팔물(?)을 제거 하는데 성공 하셨습니다.
(참고로 저희 어머니는 키도 크시고 덩치도 좀 있으십니다.)

나중에 이 얘기를 듣던 저희 4남매는 다 넘어 갔읍니다.
커다란 분이 정말 작디 작은 삐삐를 어쩔 줄 몰라 하셨던 모습을
상상하니.... 한편으론 서글퍼 지는것도 사실이었어요.
TV에서 우스개소리로 딸이 화장실 간 사이에 삐삐가 오자 그 어머니왈,(삐삐에 대고) "우리딸, 화장실 갔어요. 나중에 다시 전화해요" 했다면서요.

어쨌든 지금 어머니는 저희 휴대폰으로 전화도 하시고 호출도
하실 줄 아세요. "내가 더 배우기만 했어도 이렇게 안 산다"
하시는 어머니...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셔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