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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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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취한 남편의 엉덩이를 때려...


BY 산아 2002-08-16

어젯밤 술취한 남편의 엉덩이와 등짝을 때려주었습니다.

다정다감하고 남의 말을 잘들어주는
남편은 사회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친구들이 있습니다
(20대에서 60대까지)
어찌보면 다양한 인간관계가 남편의 재산인지도 모릅니다

남의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자기몸 상한지도 모르고 하는 남자......

결혼전 처음 만났을때는 요즘세상에도 저런 사람이 있구나
이렇게 순수한 생각을 가지고 저렇게 가식없는 웃음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끌려 서로 고민있거나 외로울 때
부담없이 만나는 세상편한 친구를 몇년 하다가
서로의 눈에 콩깍지가 끼어 뭐든지 다 좋겠만 보여
"여보" "당신" 하는 사이로 지금까지 살고 있는 남자

하지만 결혼이라는 형식을 갖추고 보니 좋게만 보였던 장점들이
이상하게 바로 단점들로 바뀌었다

순수해 보이고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항상 남보다 일을 더하면 더했지 요령부리지 못하는
남편의 성격이 어쩔때는 마누라의 눈으로 보면 울화통이 터져 죽겠다

돈으로 배신한 선배 때문에 몇날 며칠을 잠못이루고 혼자 담배피우며
?ト榻?울분은 어느사이 다 잊고(그당시는 마누라인 내가 직장을 다니지 않았으면
정말 가족들 완전히 굶어죽을 정도로 어려운상황이었는데)
다시 그 선배가 한번만 도와주라고 사정하면
아무말없이 가서 업무적인 일 도와주고 오는 사람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화가 나서
"당신은 어떻게 그사람 얼굴을 다시 봐요"하면
남자들 세계는 그런 것이 아니라며 한마디로 끝내버리는 얄미운 남편

난 남편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도 어쩌다 한번씩 외박을 해도
크게 바가지를 긁지 않았다
단 한가지 꼭 지켜야 할 약속은
도저히 올수 없는 상황이면 그냥 외박해도 좋으니
절대로 절대로 음주운전만은 하지 말 것이다

하지만 어젯밤에 내가 술취한 남편의 엉덩이를 때려준 이유는
자정이 넘어서 술에 만취해 들어온 남편에게도 화가 났지만
소주만 마셨다 하면 온몸이 빨갛게 되는 것을 알면서도
미련하게 또 소주를 너무 많이 마셨기 때문이다.

남자들 바깥일 하다보면 당연히 술자리는 피할수 없다는 것을
나도 안다
하지만 남편은 다른술은 그래도 다 잘 받는데 유독
독한 소주는 나이가 들어 갈수록 받아들이지를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남편도 되도록 소주를 잘 찾지도 않고
왠만해서는 마시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안다

어제도 늦은밤 술취한 와중에도 남편은 발을 씻어야만 잠을
들수 있기 때문에 속옷 차림으로 화장실에서 나온 남편을 보곤
나는 어이가 없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화가 머리꼭지까지 났다

"""턱밑에서부터 발까지 군데군데 온몸이 빨갛게 되어 있는 남편.."""

"00이 아빠 소주마셨어요. 왜 소주를 마셔요. 다른술 마시지"
"당신 바보 아냐, 누구랑 마셨어요.응 응"

술취한 남편에게 총알같이 말을 쏟아붓자 남편은 그런 나를 보며

"산아야 바가지 긁지 마라. 내가 당신 머리꼭대기에 있다
내가 술마신 사람들 당신에게 말하면 당신 그사람들까지 싸잡아서
뭐라 할려고 그러지" 하면서 비틀거린다

억지로 남편을 잠자리에 눕히고 자세히 보니 정말 화가 나 죽겠다
분명히 미련한 남편이 같이 술마시던 사람들이 소주를 좋아하니까
같이 마셨을 것이 그 자리에 내가 있지 않았어도 다 보인다
남편은 조금있으면 좋아진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정말 속상하고 화가 나서 눈물이 다 났다.

"당신 정말 미련한 사람이야! 당신 술 많이 마시면
온몸이 이렇게 되는줄 알면서도 그 독한 소주를 취할때까지 마셔요"
난 울먹이면서도 화가 나 잠과 술에 취한 남편의 엉덩이와 등짝을 때려 주었습니다

그래도 그 미련한 남편의 미련한 아내는
결국 아침상에 꿀물과 해장국을 대령하였습니다.

아침에 물을 시원하게 다 비운 남편은 나를 보더니
"어제밤에 당신 나 때렸지?

난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고 오리발을 내밀었습니다
"내가 당신을 때려? 안때렸어? 당신 큰일이다 벌써부터 술에 취해 어디다 부딪히고
다니고. 이제는 길거리가 집인줄 알고 잠자는 일도 있겠네" 했더니 남편왈

"산아야 난 술취해도 왠만해서는 테이프 안 끊겨.
당신이 어제 울먹이면서 나 때린거 다알아.
당신 벌써부터 나 때리기 시작하면
나 나이들고 늙으면 당신에게 맞아 죽겠어" 하며 웃는다

하지만 난 끝까지 안때렸다고 오리발 내밀다가
한번만 더 온몸이 빨갛게 될 때가지 술마시고 들어오면
그때는 정말 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것도 아닌데
자기몸이 이겨낼만큼만 마시라는 건데....."

아내의 사랑어린 충고를 잊고 엉망으로 취해들어온
남편의 엉덩이를 처음으로 몇대 때려준 것도 폭력이지만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의 조금 거치른 애정표현이라고 난 속으로
합리화 시켜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