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고 아짐 --
과일 사러 시장에
콩 사러 다시
덧버선 바꾸러 또
두부 사러 또
'하고'에 사시는 아짐이다
닭전 앞 담벼락에 햇볕 내리 쬐는데
술이 거나한 채 땅바닥을 흔들며 앉아있다
젊어서 남편한테 하도 맞아서 허리가 비틀리고
엉덩이와 허벅지는 신경이 잘못되어 졌는지
고추가루 뿌려놓은 듯, 불난 듯
화끈대고 아퍼서 한참도 바로 눕질 못한다
뭘 싸들고 와서는 '힘들지야 먹어라' 며 내밀고
가끔씩 술 취한 날 병원 방에서 자고 가는
엉덩이가 너무 이쁜 아짐이다
동생아! 하고 부르는 아짐은
햇볕에,
술에 벌겋게 달아 있었다
'여기 이렇게 있지 말고 병원으로 가세'
동생아! 나 화나 죽것다 며 장거리를 챙긴다
새로 산 밥상에 아들 먹일 닭도 있고 색 고운 몸베도 있다
동생아! 상 값 이천원 더 내노라 지랄이어서 한바탕 싸웠다
나보다 돈 있음서 안 준다고 그런디
내가 이래 생겨도 거짓말은 안허는디 믿지를 않는 것이
넘도 속 상허다야
우리집 가자 포리똥이 익었어도 딸 시간이 없다
죽순도 줄게
김치도 줄게
감식초도 줄게
나 데려다 준다고야
기분좋다 노래할란다
그래 아파서 술 마신다 그런 내 속 누가 알아준다냐
넓떡지 아퍼서 못 걷것다야 좀 앉았다 가자
나 좀 낫게 해주라 주사로 콱 못나서 주것냐
거기 쭉 가다가 끝에 만큼 오른쪽이 우리 감밭이여
언제 딸라고 그러고 있다냐 가지를 쭉쭉 찢어부러야!
따고 있그라, 서방 밥 채래 줘야 것응께
나 먼저 가서 밥해 놓으께 먹고 가그라
자식 다 소용없어야! 서방이 제일이제
왜 벌써 와 부렇다냐 다 따가제
아이 마셔야! 시원허단 말다!
차 불렀응께 금방 올 것이다
아저씨가 조금은 누그러진 얼굴로 내다 보신다
그것만 따갖고 갈라요 좀 더 따가시제
한참 더운디 시원할 때 오시제
저사람 병원에 입원허먼 안되것소?
맨날 술이어서 죽겄소!
술도 끓게 입원시켰으먼 좋것는디...
댈다줘서 고맙소
동생아!
그렇고 그냥 가불래
가그라 내가 술땜시 정신이 없다야
아픈께 있는 대로 다 마셔부렀드만
인자 잠 좀 잘랑가 모르것다
돌아보고 돌아봐도
하고 아짐은
대문을 흔들며 안방인듯 철퍼덕 앉아 있었다
-- 어진방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