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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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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인 사랑...(6)


BY 서툰사랑 2002-08-14

어스름한 달빛에 눈이 떠졌다.
울적한 밤이면 도지는 외로움의 습관이다.
불을 켤까 하다 익숙해진 어둠을 눈으로 매만지며 주방으로 나갔다.
맨발에 닿는 서늘함이 기분좋았다.
냉장고를 열었다.
쏟아지는 냉장고 불빛에 잠시 눈을 감았다.
물을 마실요량이었지만,이내 손은 맥주를 꺼내고 있었다.
난,술이 약하다.
술을 좋아하시고 즐기시는 아버지를 닮지 않았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하군 결혼하지 말아야지'
무언의 다짐이었다.


7년전으로 기억된다.
대학로에서 우연히 만난 대학동기녀석이
근처 까페로 앞장섰다.
생경스런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것처럼
조금은 어색했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젊은 친구들은 거의가 맥주를 병채로
마시고 있었다.
것두 병마개를 돌려따다니...
신기해서 쳐다보는 나를 동기녀석은 한참이나 재미있어했다.


냉장고 불빛에 순간적으로 새까만 어둠이 몰려왔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이내 어둠은 서서히 눈에 익숙해져 왔다.
식탁위로 달빛은 수줍게 쏟아져 들어오고있었다.
차갑다 못해 오싹한 냉기를 품은 맥주를 들고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툭!~"
약간의 힘을 주니
맥주병은 가뿐하게 아무 저항없이 열렸다.
투명한 병에 들어있는 맥주의 색은 더없이 고혹적이었다.
노르스름한 액체를 난 입안으로 가만히 흘려넣었다.


"꼭 오늘밤에 할말이 있어...
술김에 하는 거라 생각하지마...
...이젠 고백할께...
처음부터...널...사랑했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야...

두번다시 이런 일 없을꺼야..."
.
.
.
.
.
갑자기 그리운 얼굴 하나와
내가 좋아하던 노래가 생각이 났다.
아픈 기억의 편린처럼
한쪽 가슴이 저릿 저릿 해오기 시작했다.
난...
천..천..히..
부질없는 그리움과
몰려오는 허탈감과
알 수 없는 아픔 그리고 우울한 밤의 고질병까지 모두 마셔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