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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엄마랑 "떠나자"


BY 바다 2002-08-14

일때문에 뒤늦은 휴가, 그것도 단 4일뿐인...
모처럼의 휴가지만 들뜨지 않는다.
오늘 퇴근과 동시에 시댁에 내려가기로한게 무슨 휴가?
그렇다고 한달걸러라도 아이들 봐야하는 시부모님 실망시킬수도 없고.
일에 찌든 요즘의 나로서는 내키지 않는 발걸음이다.

나보다 하루 빨리 남편은 오늘부터 휴가였다.
오늘은 남편이 쉬니까 애들도 늦잠좀 자고 어린이집 안보내야겠다 생각했는데...
"애들 어린이집 데려다 주고 출근해. 오늘 좀 쉬게.."
시댁에 가면 사나흘 잠만 실컷잘텐데 오늘 쉬어야 한다고?
기가 막히는군...
"시골가면 나야 밥해대느라 애먹겠지, 당신은 푹 쉴거아냐?"
내 말이 틀렸냐?
부모님들 앞에서는 밥상도 못들어주면서..

남편은 대뜸 씩씩거리며,
"그렇게 가기 싫으면 가지마." 그런다.
하! 듣기만 해도 반가운 소리.
누군 가고 싶어 가나?
오기가 발동한다. 언짢은 내색을 쬠이라두 하면 번번히 이런식으로 내뱉어? 의리빼면 시체인 내 성격에 결국은 갈거라는 거지?
"그러지 뭐. 당신이 전화해. 못간다고."
애들의 토끼같은 눈을 무시한채 씩씩대며 집을 나선다.
애들은 어린이집 행. 나는 사무실로.
그래도 혹시나해서 어제 싸둔 가방을 차 트렁크에 넣어 두었다.
지가 그래봤자 안가고 배겨?

헌데...
사무실로 온 한숨섞인 어머님 전화.
"애비가 내일 일생겼다고 못온댄다. 애들데리고 너만 와라"
미치겠다.증말... 어머님, 저두 늦잠도 자고 싶고 낮잠도 자고 싶은데 함만 봐주세염...지발.
남편의 태도에 실망스럽다.
부모님 기다리는 마음 알면서 지 자존심 챙기겠다고 못간다고 버텨?
누가 무섭냐? 이번에 증말 안봐준다.
"어머님, 애비 혼자 놔두고 가기도 그렇고, 다음달이 추석이니까....
...."
정말 긴 변명을 늘어논 다음에야 어머님의 포기를 받았다.
실망섞인 부모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지만...
열만 낼 것이 아니라,
이참에 보따리도 싸놨겠다. 남편빼고 애들이랑 셋이서만 몇일 바람좀 쐴까부다.
아침에 애들앞에서 언성 높인게 미안해서
"얘들아, 우리 여행갈건데, 아빠 데리고 갈까?" 했더니,
눈치가 빠삭한 다섯살 둘째딸이
"아빠는 빼 놓고가." 그런다.
기특한 것.

그래. 열심히 일한 엄마랑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