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맨발로 마니산을 오르는 중이다
원래 계획은 산의 입구까지만 가려던 거였는데
표를 안 사도 들어갈 수 있다는 바람에 그냥 산으로 들어왔다
그러려니 신발이 문제였다
높은 신발로 무리해서 갈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신발을 벗어 들었다
시멘트 위에 있는 모래들로 발바닥이 따끔따끔하다
참성단까지 계단으로 되었던 것이 기억에 남아 있는데
막상 와보니 등산로를 따라 계곡이 있다
자세히 보면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없듯이
산도 가까이 하면 아름답지 않은 산이 없다
거기에 씩씩한 아줌마 둘이서
남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신발을 벗어 들고 올라가고 있다
이 여행은 시작부터가 용감했다
떨칠 수 없는 는 가족들의 밥 걱정과
뭐 하러 둘이 거기까지 가느냐는 비아냥거림도 물리쳐야 했다
나와 동생은 사는 곳이 달라 자주 만날 수 없다
그 뿐 아니라 시외전화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에 전화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없다
그러기를 20년
사는 곳이 다르다보니 쓰는 사투리마저 달라져 있다
둘이 너무 닮아 동생이 사는 서산에 가면 낯모르는 사람도
누구 언니냐고 물어볼 정도였는데 ..
일년에 두어 번 동생이 있는 곳에 가면
동생은 가게를 보아야 하니
중간 중간 오는 손님 때문에 이야기는 끊어지기 일 수였다
이야기에 목말라 있던 우리들이 단 둘만의 여행을 하고 싶어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생각해보면 어제 밤 운전을 내가 한 것부터가 용감한 일이다
강화읍에서 어찌 어찌 하다보니 외포리 갈 시간이 너무 늦었다
상향 불빛을 켜면 앞이 좀 보일 것도 같은데
깜깜한 밤에 외포리에서 나오는 차는 어째 그리 많은지 그도 여의치 않았다
길폭마져 좁아 어떤 버스와는 거의 스치듯 교차하기도 했다
어젯밤 밤새워 이야기 하려된 계획은
동생이 눕자마자 금새 잠들어 무산 되었지만
이야기 중간중간 우리가 한 핏줄이라는 것이 따스하게 증명된다
우리가 맨발로 마니산을 올라갈 동안
비는 오락가락했는데 여행지에서는 싫지가 않았다
오랜만에 혈육의 정을 느껴본 즐겁고 오붓한 여행이었다
언제 다시 기회가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