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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가다 문득 만난 쓸쓸한 기억..


BY sansa6 2001-05-30

어떻게든 몸크기를 줄여보겠다고 저녁일이 정리가 되면
길을 나선다
날씨가 추울때는 거리가 조용해서 좋았는데
늦은 시간까지 술마시는 이들도 많고 요즘은
많이 시끄럽다
집을 나서서 큰도로를 따라 쭈욱 걸어갔다가
화계사나 우이동을 반환점으로 돌아온다
보도블럭을 교체하느라 다 파헤쳐져서 걷기에 불편하기에
오늘은 건너편 보도로 건너서 돌아오는데
불현듯 나타난 장의사...
보도보다 약간 꺼진자리에 낡은 기와지붕
불빛하나없이 적막한 그집은 정말 주검들이 누워있는듯
으스스하다
바로 옆건물들은 흔한 다세대 주택으로 사람사는 냄새가
나건만 옴팍 꺼진 그집만은 시간을 뒤로 돌려놓은듯
70년대쯤에 내가 서있는 착각이 들게한다
주검의 냄새가 나는듯한 그 적막한 집의 분위기가
모골이 송연하다던가 머리칼이 쭈빗선다던가
그런것이 아니라 왜그리 친숙하고 끌리는지..
불꺼진 장의사, 그 앞에 쭈그리고앉아 턱괴고 있는 내 꼴이란..

요며칠내내 날 따라다니던 기억 그것때문인지도..
학교도 들어가기전의 어린시간
옆집의 처녀가 쥐약을 먹고 자살을 했다
육십년대 그시절 미니스커트에 삐딱구두에 머리곱게말고
시골선 흔치않던 커피를 셋트잔을 갖춰 마시던 멋쟁이였는데
동네어귀에서 쥐약한병을 다마시고 집까지 멀쩡한 얼굴로
들어와서 조카손에 사탕봉지 쥐여주고 어머니께 인사하고
베게까지 내려서 쿵하고 머릴눕히더니 죽더라고-지금 생각해보면
추하지않게 죽기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썼는가 싶다-
옆집할머니 통곡을 하셨지
자살한 표면적이유가 엄마가 딸과아들을 너무 차별을 하여서
서러워서였다고 그집 큰아들 며칠을 술에절어 살았다
나중에야 애인이 배신을 했다나...
상여가 나가던날 우리집앞 밭둑에 그 이쁜 커피잔 셋트며
구두며 쌓여있다 너무나 탐이나고 아까워 조물락 조물락거려보다
그래도 죽은이꺼지싶어 차마 주워오진않았는데
골목길에서 하얀 꽃한송이를 주웠다- 그렇게 고운꽃은 첨이지..
신이나서 상갓집에서 일하는 엄마에게 자랑하러 갔다가
무섭게 화를 내며 갔다버리라기에 많이 속상했었는데..
그후에 아주 가끔 그 예쁘던 언니가 삶을 포기하지않고
지금껏 살았다면 사는일이 즐겁다고 할까.. 생각은 해봤다

삼십년도 더지난 저쪽의 기억들이 몇며칠 내머릿속을
맴도는 이유를 알순없지만 나를 끌어당기던 이밤의
장의사집의 적막함과 함께 여기다 부려놓고 그만 잊었으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