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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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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번을 죽어도 좋아


BY cosmos03 2002-08-13

오월 어느날.
그때도 요즘처럼 질퍽하게 하루도 빼놓지 않고 부실부실 비가 내리던 때 였다.
무신 장마비도 아니고
지리하게...질척거리던 어느날.

" 야, 나가자 "
" 응? 어딜? 이 빗속에..."
" 웅, 아무곳이나. "
" 어디 가냐니까... 아이도 올 시간 다 되어가는데..."
서방의 표정을 보니 싸늘히 냉기가 흐른다.
" 내 오늘 널 아주 죽여버릴라고 "

흐억~
놀래라.. 날 왜 죽인데?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오늘 같이 스산히 비 오는날에
무슨 전설의 고향을 찍을일도 없겠고.
아직은 저승가기 이른 나이 같은데 어찌 날 이 마누라를 죽이겠다고 하는지
따라가, 말아? 그래도 다른 사람손이 아닌 서방손에 죽으니 괜찬으려나?
미친척 함 따라가 보지 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설마 뭔일이야 있겠냐~ 싶어
서방의 차에 올라탔겠다.

장대같은 비는 한치앞도 채 안보이게 내리 쏟아붓고
달리는 고속도로의 노면 소리는 흡사 납량특집을 찍는듯 괴기스럽기 까지 하다.
루루라라~
결코 좋은 기분이 아닌채로 조수석에 앉아 가는데
남편조차 입을 꽉~ 다문채로 아무말이 없다.

흘끔흘끔 남편의 표정을 감지하려해도
도무지 감을 잡을수가 없어
그냥 앞만을 주시하며 간다.

안영동 개인택시 전용 가스집에 들러 가스를 주입하더니
날 보고 가스비를 내라고 한다.
준비해간 돈도 없는데...
서방이 야! 타! 했기에 쫄랑쫄랑 그냥 따라온것 뿐인데...
" 이궁, 나 돈 없는데... 지갑 조차도 안 갖고 왔단말여 "

서방의 쌈지돈으로 가스비를 지불하고 자기의 차에 올라타더니
" 야, 드라이브 한번 잘 했지? 비 오느날 날궂이 한번 시켜줬는데
어때? 기분이? "
참나~
이것도 드라이브라고 생색 드럽게 내네.
혼자말로 궁시렁 거리고 있는데 집으로 가는 방향이 아닌
옥천쪽으로 방향을 트는것이다.

" 왜 일루가? "
" 얌마, 내가 설마 차 기름 넣느라 널 데리고 나온줄 아냐? "
" 그럼? "
" 암말말고 나만 따라와 "

도착한곳.
석수모텔!
웬 모텔? 설마 여길 들어가자는건 아닐거고. 뭔 볼일이 있나?

차에서 내린 울 서방 모텔 안으로 조금의 망서림도 없이 미끄러지듯
스르르 그렇게 사라져 버린다.
밸일이네, 여긴 왜 온디야?
두리번 두리번.
몇대인가의 자가용이 서 있고 그 자가용의 차 번호판마다는
무슨 판대기 같은것으로 가려져있다.
왜 번호판은 가렸을꼬? 궁금해 하고 잇는데 남편이... 서방이 손짖해 날 부른다.
"들어오라고? "
" 빨리와 "

쭈밋쭈밋 전, 후, 좌, 우. 모두모두 살펴가며 살금살금 괭이발로 모텔 현관문앞에 당도하니
남편은 내 손을 끄잡아 드린다.
히~요오.
왜 이케 가심이 두근거리는겨?
지은죄 하나도 없이 심장이...가슴이 두 방망이질을 쳐댄다.

내가 무슨 불륜을 저지르는것도 아니고
못올데 온것도 아닌데
아이고~ 얼굴 화끈거리던거~

에레베이타를 타기전 한 옆을보니 비디오 테입이 가지런히 세워져 있다.
주섬주섬 남편이 골라드는 제목은
'자취방 습격사건' ' 오과부의 하루 ' ' 날 눌러줘 '
키키키 뭔 놈의 제목들이 저리도 유치찬란한지...

모텔이라는곳.
태어나 처음 들어와 보는데 우리네 방 하나와 별반 다를게 없다.
화장대 하나, 조그만 냉장고 한대. 그리고 소름끼치게 춥게 느껴지는 에어콘이 가동되고.
당그마니 침대한개와 비디오비젼 한대.

서둘러 서방은 비디오 테잎을 넣고... 틀기가 무섭게 나오는 괴성.
훌러덩 발라당 다 벗고는 한쌍의 남녀가 아아~ 으으~ 오오... 괴성들을 질러댄다.

내 눈에는 왜 그리 그 비디오가 시시하게 느껴지던지..
하지만 울 서방은 게침까지는 안 흘려도 입을 헤~ 벌리고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모습을 보고 난 목간통으로 직행.
비가오는데다 에어콘까지 가동이 되니 몸이 으실으실하다
따뜻한물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서방의 목소리가 떨림으로 들려온다.

" 야이~ 마누라야 때 벗기러 왔냐? 빨랑 들어와 "

알몸으로 방에 들어서니...
그 다음은 19 세 이하 관람불가.

" 내 오늘 널 죽여줄께 "
헉헉~ 훅훅....

아까 날보고 죽여버린다고 엄포? 를 놓았던것이 바로 이것이었나?
이렇게 이런식으로 죽는다면...
나, 하루에 열번을 죽어도 좋아.
아~암, 좋지 좋고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