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설친 잠 때문에
눈꺼풀이 무겁다.
온 몸의 근육이 놀랬는지
한쪽으로 몇분을 못 견디고는
자세를 바꾸어야 고통이 덜하니
밤새 뒤척일 수 밖에.
끙끙대며 겨우 자세를 바꾸는 내게
잠결에도 옆에서 신경 쓰이는지
눈을 감은채로 입으로만 간신히
"어쩌나~, 어떻해!"를 하며 여전히 잘도 잔다.
아침에 일어나 주방으로 들다가
지나치던 거울앞에 다시 다가 선다.
언뜻 보았는데도
밤새 늙어버린 것 같은 느낌에
바짝 거울앞에 코를 대고 마주 서서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대 보지만
기름기라곤 하나 없는 푸서푸석한 얼굴에
오만상을 찌푸려댄 밤 동안의 표정이
그대로 그려져 있는 내 얼굴에
내가 실망하곤 이내 돌아서 버린다.
"로션이라도 바르고 잘걸...."
밤동안 딸그락 거리던 소리의 흔적이
아들이 라면 끓여 먹는 소리 였음을 알려 주듯
개수대 안에 기름기 묻은 남비와 그릇이
물기 없이 엎어져 있어서
아침부터 기름기 묻은 그릇을 닦게 만드는
아들이 옆에 있으면 한대 쥐어 박고 싶을 만큼
거울속에 있던 얼굴 때문에
마음엔 어느새 가시가 매달려 있다.
어제 일요일,
맞아도 좋을만치 내리는 비를 보고
아침 일찍 시골엘 갔었다.
햇볕도 없으니 뜨겁지 않아 좋고
머리에 둘레 넓은 밀집 모자를 쓰니
쪼그려 앉은 내 체구 반쯤 이상은 가려주어
내리는 이슬비에 제격이다.
며칠째 물을 흠뻑 먹고 있는 흙은
술에 흠뻑 취한 사람의 손놀림처럼 맥이없이
풀을 뽑아내면 쉽게도 뿌리를 놓아주어
호미 없이도 잘 뽑혀 나온다.
집 뒤의 물웅덩이에서 넘쳐 흐르는 물이
작은 도랑을 지나 아래 연못으로
작은 폭포 되어 떨어 지는 소리가 경쾌하다.
어느새 마당에서도
나 몰래 키를 다 키운 강아지풀이
작은 물방울을 소롱소롱 매달고
쪼그려 앉은 내 앞에 의기 양양 서 있다.
수북히 모인 풀을
찌그러진 대야에 담아
나무 밑에 모아 옮겨 놓고
허리를 펴며 내가 있던 자리를 보니
둥그렇게만 깨끗해진 마당이
어릴적 다 터진 손을 해가며
땅따먹기 해서 따 놓은 내 땅 같다.
무당벌레 작은 것들이
비 젖은 풀잎에 몇마리씩 매달려 있는걸 보니
금년에도 방안으로 날라든 무당 벌레랑
밖으로 날려 보내기 씨름을
억수로 해야 할려나보다.
비를 피해 있던 새들이
비가 그쳤다고 좋아하며 산속을 난다.
가끔씩은 신이 났는지 노래도 부르면서.
마당의 반쯤도 채 못 하고는
어느새 나는 풀뽑기에 백기를 들어 버렸다.
내일부터 매일 오후에 아들을 데리고 와야지.
매일 컴 앞에만 매달려 사는 아들을
컴에서 떼어 놓을 좋은 기회이고
이런 일도 해 봐야 어른이 되는거야.
일은 배워 놓고 안써먹더라도 배워둬야
시집가서 답답하지 않은거라며
처녀 시절 이것저것 가르치시던 친정 엄마를
어느새 내가 흉내내고 있는게 우습다.
저녁을 먹자마자
아들을 불러 허리 맛사지를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세 바꾸기가 힘들만큼
온몸이 아파온다.
아버님이 깔아 주신 잠자리위에
그냥 쓰러져 끙끙대는 모습을 보다못한
어머님의 걱정 담긴 소리가
덜 닫친 문틈으로 비집고 들어 온다.
"뭣하러 거긴가~! 안보면 안헐건디~~"
"지몸 지가 못 아끼는게 제일 멍칭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