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입구에서 배부르도록 점심을 먹은 일행은
정수사를 가기로 했다
강화에 다른 유적지도 많고 경치 좋은 곳도 많지만
정수사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안 가본 사람이 많은데다가
수리를 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 연민을 자아내는 독특한 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는 길은 약간 힘들 정도의 비탈길인데다가
숲이 아름답고 한적해서 걸어 올라가도 좋은 길이다
하지만 다 함께 간다면 어쩔 수 없이 차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는데
입구에 들어서자니 우리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사람이 있다
길이 좁아 위에서 큰 버스가 다 내려 올 때까지 올라갈 수 가 없다는 것이다
기다리느니 걸어 올라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먼저 올라가고 있겠다는 말을 남기고
정수사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지지난해 봄에는 나무마다 연두색 새싹이 돋아 퍽 예뻤는데
7월이 시작된 지금은 수풀이 우거져 한 여름의 초록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때와 같은 길이지만 느낌은 다르다
그때는 아름다운 길을 산책하는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우거진 숲속을 걷는 느낌이다
비는 살살 뿌리고 있고 신발은 편했고
숲의 향기가 아름다우니 산책하기에는 그만이다
절반이나 올라갔을까
차가 올라왔다
멈추어서 타라는 걸 좀 더 걷고 싶어 그냥 보냈다
이제부터는 정말 혼자다
뒤에 차가 따라 오고 있다는 것과
차를 보내고 혼자 걸어 올라가야 한다는 것은 마음부터가 달랐다
온몸을 땀으로 적시며 올라갔다
차를 타고 갈 걸 그랬나하는 후회가 들기도 하고
일행이 나 때문에 기다리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도 일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어 정수사 입구라는 안내가 나타나고
일행의 차가 서 있는 걸 보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그러고도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정수사에 닿을 수 있었다
정수사는 강화군 화도면 장화리에 있는 조선 세종 5년 에 지어진 법당이다
맏배 지붕을 가진 정면 3칸, 측면 4칸의 단층의 목조 건축물이다
신라 선덕여왕 8년에 회정선사가 참성단을 참배한 뒤
그 동쪽의 지형을 살피고 가히 불자가 삼매정수할 곳이라면서
절을 세우고 정수사라 했다고 한다
내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일행은 박수를 치면서 맞아주었다
그래서 잠시 웃어보고..
절 마당에는 삼층의 사리탑이 있었는데 함허대사의 사리를 보존하고 있다
우리들은 한참이나 법당 마루에 걸터앉아 지붕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을 보고 있었다
모두들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었을까
어린 시절 고향집에서의 비 오던 날을 추억하고 있었을까 ?
마주 보이는 산에는 안개가 이리 저리 밀려다니고 있었는데
마치 흑백 사진을 보는 듯 아름답고 비현실적이었다
웅장하고 멋있는 대자연의 모습이다
저 안개도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수사는 쓸쓸하고 쇠락하여
세속의 손때가 덜 묻어 보였고
그 만큼 마음에 여유를 주기도 했는데
이번에 가보니 새로 수리를 해 놓은 것이 아쉬웠다
시멘트로 덧입혀 놓았고 문은 유리문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편하게 살기를 바라는 이 세상에서
정수사만은 불편하고 가난한 모습으로 있어주길 기대한다는 것도 무리일 것이다
비 오는 여름날에 찾아갔던 이번 정수사 길은
혼자 올라간 등산길
앞산에 보이는 피어오르던 산 안개 때문에 더 기억에 남을 것이다
싱싱하고 깨끗한 나무 이파리들도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