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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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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67

여러분 즐겁게 삽시다. 그기 바로 잘난기라요. 하하.


BY 나의복숭 2000-11-16



있는기라곤 시간밖에 없는 나인지라
오라는데는 없어도 갈데는 무지 많다.
어제는 수원엘 댕겨온다고 아침일찍 집을 나섰다.
묵고 살기가 힘들어 후진 변두리에 살다보니
어디 함 나갈려면 시간이 만만치않게 걸린다.
얼굴에 대충 포스트칼라도 칠하고
앙드레패션아닌 리어카패션인따나 옷이라도 차려입고
나갈려니 그럭저럭 11시가 다 되었는데....

삐리릭 삐리릭 <-----요거 휴대폰 벨소리. 아시죠? 히힛
"여보세용"
"도희냐?"
"맞다"
통신에서 알게된 친구다.
"내 지금 수원가걸랑. 뭐하러 가냐고?
혹 길바닥에 돈떨어져 있나싶어 줏어로 갈라고"
그랬드니 지들 동네에 돈 떨어져 있담서 줏어로 오란다.
"오늘은 수원가서 줍고 니들 동네엔 담에 줏어로 갈께"
근데 칼치조림 기차게 맛있는집 있담서 꼭 먹이고 싶단다.

하이구
먹는다는 소리에 배도 자꾸 신호를 하고 에라이 모르겠다.
별볼일없는 날 저리 오라고 하는데 안간다믄
내 잉간성 쳐다보이지 싶어 발길을 돌리면서~~~
(꼭 유행가 노래같네. 하하)
친구 만나서 칼치조림 밥묵고...
내가 돈낼라고 하니 지는 있는기 돈밖에 없다고
굳이 지가내고 커피까지 사줬다.
(내가 이 재미로 살아여)

"수원갈라면 청량리서 내려서 갈아타믄돼"
"알써"
갈켜주는데로 청량리서 내렸다
수원행 팻말을 보고 첫칸앞에 기관사 아저씨가 있길레
"아저씨. 이차 수원가요?"
"예 타세요"
꼭 버스운전사한테 묻는기분이다. 하긴 지하철 기관사도
운전사는 운전사지 뭐.

종착역이 수원이니까 지금부터 온갖생각 다하다가
종착역서 내리면 되겠다싶어
이생각 저생각, 저생각 이생각 생각 삼매경에 빠졌다가
가방에서 좋아하는 이정하님 시집을 꺼내어 읽었다.
낮시간인지라 자리도 많이 널너리했고 독서하기 참 좋아서
난 이정하님의 사랑얘기에 빨려 들어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인천행 어쩌구 하는 안내 방송이 들렸다.
엥? 왠 인천? 옴마야. 이 차 수원가는 차 아닌감?
마즌편의 조폭 스타일의 총각한테 물으니 진짜 인천행이란다.
"아니 운전수가 분명 수원간다 했는데...."
인천 다 와가는 간석이란델 세우길레 폴짝 뛰어내려
기관사 아저씨께
"아저씨.아까 저한테 이차 수원간다 했잖아요?"
"예. 그러니까 신도림에서 수원행을 갈아타야지요"
"아이고오~~난 몰라요"
"다시 돌아서 타고 신도림가서 갈아타요"
기관사 아저씨는 웃으면서 가버렸다.
"어이구 그소린 내라도 하겠다"
그나저나 바보팅이가 따로 없다. 난 바로 직행하는줄 알았지.
할수없이 다시 갈아타고 신도림으로~
난 맨날 왜 이렇나 몰러....흐이구 등신. 바보. 똥개. 말미잘....

수원내려서 택시타고 만날 친구의 사무실로~
"아이구 도희 아줌마 오셨네"
정작 만날 쥔공보다 옆에 사림들이 더 반겨준다.
"왜 시집 안가?"
"왜 장가 안가?"
처녀총각 직원들 어깨 토닥거려주면서 귓속말을 했드니
시집 장가 소리에 좋아서 입이 함빡이다.
친구부부와 이런 저런 업무용 얘길 다 마쳤드니
아직까지 배가 부른데 수원의 유명한 갈비집을 가잔다.
흐이구 아무리 그래도 글치
아직 아까묵은 배도 다 안꺼졌는데....

자꾸 권해서 묵는덴 용감한 내라 배가 터지도록 묵었다.
인천 헤프닝을 말했드니 또 배가 아프도록 웃는다.
"그런걸 재밋게 얘기하는 니가 얼마나 매력적인줄 모르지?"
하이구 매력 다 죽고나서 매력이라 글케라.
이기 욕인가? 칭찬인가? 헷갈려...
지들 주위엔 전부 잘난 사람들만 있으니까
몬난 인간인 내가 좀 신선하게 보였나? 하하

근데 잘난 기준은 도데체 어디다 두는지?
"얼굴이 잘생격서?"
"많이 배운거?"
"돈이 많은거?"
얼굴이사 돈만있슴 화악 뜯어 고치면 된다.
많이 배운거?
얼만큼 배워야 많이 배운걸까?
많이 배웠다고 잘난체 한다면 그 많이 배운거는
말짱 도루묵이다
세상에 젤 꼴볼견이 글무식이 아니라 인간무식이니까...

돈이 많은거?
기준이 참 애매하다.
서울역 앞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은 날보고도
잘살고 돈이 많다고 할꺼니까....히힛.

돈 많은 사람도 하루 세끼 먹지 네끼 먹지는 않고
죽을때 다 가져가진 않는다.
현대 왕회장같은사람 그 많은돈 두고 죽을려믄
얼마나 억울할까?
이 좋은 세상 돈있겠다 천년만년 살고 싶을껀데...

언젠가 아는 오라버니 홈에 들가서 난 사는게
참 즐겁고 재밋다고 그랬드니 부럽다고 했다.
나도 사람들한테 이런 부럽다는 소리 듣는데
요걸로 잘난체 함 해볼까?
잘난 사람이나 안잘난 사람이나 죽을때 숨넘어가는 소리는
다 꼴깍이지 잘난체 숨넘어가진 않는다.
그러니 이글 읽는분들
즐겁게 삽시다. 그기 바로 잘난기라요. 하하.
횡설수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