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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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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신엄마에게 (4)


BY 녹차향기 2002-08-09

현신엄마,
이름을 불러놓고 나서 한숨을 푸욱 쉬네.
지금 내 모습 보여?
며칠동안 미친듯이 비가 내리듯이 오늘에사 맑은 하늘도 보이고,
햇살도 보이네.
거긴 어때?
거기 하늘 나라는 어떠냐구?

현신엄마,
잘 도착한거지?
비구름 타고, 비바람 타고 올라간 하늘나라가 좋은거야?
8월 3일 토요일 오후에 가족들 품에서 임종을 마치고
3일 상 치르고, 5일 벽제에 있는 화장터에서 현신엄마를 보내고,
멍하니 정신 빠져 있던 현신아빠와 이쁜 두 딸,
그리고 끝까지 일을 함께 했던 우리 모임의 친구들.

사람의 일이란,
사람의 목숨이란 이리도 허망할까 싶어서 이 모든 일들이
마치 꿈인듯 싶고,
어디선가 웃으면서 다시 걸어올 것 같아 자꾸 뒤돌아보고,
쳐다보고 했었는데.

현신엄마,
의외로 꿋꿋하게 견디는 이제 중학교 1학년의 큰딸과
5학년의 작은딸이 아빠께 응석을 부리고,
또 아빠를 챙겨주고 하는 모습이 차라리 아름답더라.
너무 아프고 힘들었으니깐, 이제는 편안해졌으리라 믿어.
그래....
어디 책에서 읽은 것처럼,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
먼저 그 곳에 가서 기다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누구나 가게 되는 그곳에 먼저 가서 터 잡고 기다리고 있는거지?
아프지 않게 되어서 오히려 다행이야.
얼마나 힘들었었어....
착한 일, 좋은 일 많이많이 했던 사람이니깐
그곳이 더 좋을거야.
행복하게 지내고 있기를 바래.
이 곳 사람들은 또 다들 잘 견디고 이겨내며 현실에 적응하겠지.

이 편지를 더 일찍 부쳐주지 못해서 미안해.
하지만, 그래도 현신엄마를 향한 안타까웠던 내 마음이라
생각해 줘.
의식이 오가는 그 혼미한 가운데,
나와 내 남편이 현신엄마에게 잘 가라고 손 흔들어 주었다는
얘길 현신엄마의 언니를 통해 듣고는 정말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몰라.
그래.... 내꿈에도 나타나 이쁜 모습으로 나타나 그동안
너무 고마웠다고 수십번 얘기할 때 벌써 난 이별을 예감했었어.
잘 가...
행복한 만남이었고, 너무 아름다운 우정이었어.
고통이 없는 그 곳에서 천사들 옆에서, 평안하게 지내고 있기를 바래.
우리도 곧 갈테지.


인생은 어찌보면 너무나 허무하고 안타까운 것
같은 그 짧은 순간이겠지만,
매 순간, 매 순간
없어지지 않는 아름다움이며,
따뜻함이며,
어둠 속에서 빛난다는 황석영님의 말씀처럼
지금도 그러함을 믿고
열심히 살아야겠지?
그렇게 살아야 나중에 현신엄마를 만나도
또 기쁠테지?

비바람이 가라앉아 오늘은 맑은 하루.
그곳도 그러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