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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생머리가 어울리세요?


BY 후리랜서 2000-11-16

아침 신문에 '에이지리스 그룹(Ageless Group)이 뜬다?'라는
기사가 눈에 들어 와 읽어본다.

20대 여성을 겨냥한 백화점과 패션몰의 의류매장에
30,40대 고객들이 몰려들어 여성의류의 연령파괴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추세란다.
나이를 초월해 자신의 스타일을 찾는 이른바 에이지리스
그룹이 패션업계의 새로운 트랜드로 등장하면서 마케팅의
새로운 '화두'가 되고, 구매비율이 전도되는 '주객전도'의
양상을 보여 백화점 측에서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나?

이같은 현상은 30,40 대의 여성들이 스스로 자기나이가
몇 살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의미하는 '자각연령'이 실제연령보다
훨씬 낮아졌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Feel age(느끼는 나이) + look age(몇살로 보인다고 생각하는
가) + do age(몇살 정도로 행동하나) + interest age(관심이
있는 나이) 나누기 4 = 자각연령이라고 하는데 미국여성의
경우 50세가 넘어도 자신이 느끼는 나이는 48세에 머물러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고 한다.

나는 내 나이나 다른 이의 나이를 점쳐볼때 긴 생머리를
대입해 보는 경향이 있다.
아직도 긴 생머리가 어울리면 30대 초반,
긴 생머리가 영 안 어울리면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고
점쳐 보는 것이다.
나이가 든 아줌마일수록 치렁치렁한 긴 머리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긴 생머리를 하고 있는
여자를 보면 턱없이 슬퍼 질때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비슷한 일상들이 굴비처럼 엮이다 보면
어느 날 바람처럼 미장원에 달려 나가 하는 일이
긴 생머리를 짧게 싹둑 잘라 버린다거나,
뽀글뽀글한 퍼머머리를 한 번 큰 맘 먹고 펴 보는것 일게다.
그러다 보면 축 쳐져 있던 엉덩이가 갑자기 탱탱하게 올라 붙고,
발이 땅에서도 한 뼘쯤 up돼 금새라도 날아 오를것 같은
착각에 잠시 빠져 들기도 하지 않던가 말이다.

나야 직장을 다니던 20대에도 내 이름을 모르는 남자 직원들
사이에서조차 '커트머리'라고 불려질 정도로(그게 내 트레이드
마크인지 아주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긴 생머리와는
애시당초 인연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도 맘을 먹고 우아하게 머리를 한 번 길러 보는게
어느 날은 소원이 되기도 하는데,
머리가 눈을 찌르고 목을 간지럽혀 대기 시작하면
참는 것도 하루 이틀,
우이씨~~~ 없던 성질도 마구 생겨 날 정도로 못 견디는 거다.
휘리릭 달려 나가 번번히 머리를 싹둑! 하고 들어 와 버려야
속이 후련해지니 말이다.

간혹 일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 가운데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긴 생머리가 어울리는 사람도 있는데 굳이 꼽아보라면
무용가 이 정희, 탤런트 이 미숙, 세기의 컬럼니스트 오리아나
팔라치 정도가 아닐까?
일에서 오는 긴장감에서 일까?
정말 나이와 상관없이 그네들은 긴 생머리가 잘 어울린다.

나는 오래 전부터 긴 생머리가 죽어도 안 어울리는 중년의
나이임은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나, 항상 젊고 이쁘게 살수만
있다면야 얼마나 다행한 일이겠나?

내가 느끼는 나이는 몇 살일까?
나는 몇 살로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과연 나는 몇 살 정도로 행동하는가?
내가 관심이 있는 나이는 또 몇 살일까?

내 '지각연령'은 과연 몇 살일까?
오늘부터 나의 긴 '화두'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