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시댁에 갔습니다.
방하나 딸린 작은가게가 텅 비어 보입니다.
하루만 내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것저것 하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그 시간이 주어졌는데(가게는 12시에 열어야해서 주어진 시간은 3시간) 제 풀에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차타고 왔다갔다 하는데만 2시간 그럼 겨우 1시간... 뭘해..."
중얼거리며 방바닥과 친구합니다.
친구들은 집장만이다, 자신의 직업정신을 떠들어댑니다.
갑자기 정지되어버린 내 자신을 추스리느라고 게으름만 탓합니다.
결혼 12년. 정말 열심히 살았지만 지금 남아 있는건 아이들 뿐입니다. 또 구차스럽게 변명을 집어삼킵니다.
주변을 돌아보게 되면 비교하게 되고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자꾸 흔들리게되네요. 아래는 안보이고 위만 보입니다.
'열두살짜리 큰 딸아이에게 무엇을 줄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서 자신을 가꾸는 미래를 위해서 현실을 가꾸게 하려고.... 자질구레한 가난은 불편하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부단히 뛰었던 시간들이었는데 붕 떠버린 이 시간이 나를 붕괴해버립니다.
어제 친구에게서 '가족상해보험' 하나만 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30000원 밖에 안하는데 뭘 그렇게 망설이냐고....
심드렁해졌습니다.
가게부가 열두권. 편히 쉬었던 적도 없는데 정말 3만원에 전전긍긍하는 내가 무력해졌습니다.
이글을 치는 동안 5-6명의 아저씨들이 담배를 사러 옵니다.
각자 그들의 삶이 얼굴에 그려져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금연을 합니다.
우리가게에 오는 아저씨들은 금연을 못합니다. 그것만이 유일하게 그들의 고된 삶의 탈추구이기 때문입니다. 막노동하는 아저씨들의 금연은 어찌보면 사치일 수도 있습니다.
저를 추스립니다.
아침에 담아두었던 부추김치 통에 담고, 가게 쓱쓱 마포로 문지르고
어제 널었던 하얀속옷들 개키고.....
불만을 늘어나 봤자 달라지는 상황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신랑이 돈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고.....
신랑과 저는 늘 말합니다. 우리에게 돈만 있으면 다 되는데...
우리 신랑이 전부 맘에 드는 것은 아닙니다.
사고방식이 많이 다르죠. 싸우는 것이 위험수위에 도달했고 이젠 포기할 부분은 포기되었고 좋은점만 보려합니다.
친구들은 저를 탓합니다.
니가 니 신랑 저렇게 만들었다고......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니 내 삶이 아이들의 거울이 될테니 힘내고 생각하며 게으름피지않고 살아야겠습니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나무위의 매미소리마저 앗아갔습니다.
맹렬히 도는 선풍기 날개가 안돼 보입니다.
그래서 잠깐 스위치를 끄려합니다.
저를 위해서 화이팅 해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