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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자리


BY 다정 2002-07-29

ㅡ작은 엄마세요?
ㅡ잘 있었니? 너무 덥재??

형님이 남기고 가신 스무살의 딸 아이와의 전화
시골 부모님 댁은 비워져 있었고
어머님은 아이의 청에 계속 형님 집에 계신다고 한다
물론 걸어서 몇분 거리이지만
가슴이 답답하다...
지난주에 상을 치룬 우리 집안의 슬픔이지만
이젠 형님이 못내 야속하기 까지 하다.
왜 그리 무심하셨을까나!!!
진작에 건강을 돌봤드라면
남은 이들에게 이런 고통은 주지 않았을텐데..

그전의 환경과 틀리게
지금의 스물은 얼마나 아름다울 때인가
공부 하느라 집안 살림도 해 보지 않았을텐데.
예쁘게 꾸미고 미팅도 하고
나이트도 가고
여행도 가고.....
그런 나이의 아이가
고3의 동생에겐 의젓한 언니가 되어야 하고
친지들에겐 한없이 듬직한 맏딸의 모습을 보여야 하고..
형님,,,너무 하셨네요,,,정말이지,,,,

대학 2학년때
엄마의 이유 없는 병으로
참으로 힘들었었다.
언니들은 이미 남의 집 사람이 되어서 자신들의 가정사에 바뻤고
남은 언니와 나,,둘이서 집안일과
엄마의 울적함을 함께 한다는 그 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수업이 끝나면 시장을 봐오고
퇴근한 언니가 반찬을 하고
모든 살림은 둘이의 한숨과 침묵으로 일관되고
아버지의 사랑이 있었기에 그나마 가능하였는지도..
엄마의 건강이 그럭저럭 회복 되었지만
이미 많은 시간이 흐른뒤 이고
그 시간은 결코 돌아오지 않았었다

엄마의 자리
남들 다 하는 아주 쉽고도 간단한 자리인것은 분명하지만
그 자리를 끝까지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남은 아이들은 상처와 두려움을 먼저 배우는지도 모른다

가족을 위해서
아끼고 절약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새삼 느끼며
엄마의 자리를 지켜 나가기 위해서
자신을 돌봐야 하지 않을까...
그 또한 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