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입금액도 적네? "
펑크가 이미 나버려 은근슬쩍 짜증이 나 있었는데
또 다시 입금액에 손을 댔나보다.
벌기야 물론 남편이 똥 빠지고 쎄 빠지게 번다지만
그 돈을 가지고 이리왈 저리왈 살림은 내가하니
조금 이라도 입금액이 비게 되면 곧바로 살림에 차질이 생긴다.
" 으~응. 그게 말이지 나 병원에 가고 또... 포도도 한박스 사고
일도 조금 못하고 "
" 포도? 포도가 어딧는데? "
으~응 저~어기 "
병원에 간것은 이미 알고 있다.
자동차 문을 닫다가 어쩌자고 차 문만 닫을것이지
본인의 엄지 손가락은 차 문에 끼워두고 닫았는지
겉으로는 조금 까져보이는데 심하게 아프다고 했었다.
아침에 의료보험 카드를 들고 나갔으니 당연히 병원에 간것은 알고
낮에 괜찬다는 결과를 이미 보고 받은 터였다.
근데 웬 포도는?
남편이...
고지식과 순박 빼면 시체인 내 남편이 말이다.
엊그제의 그 아이가 자꾸만 눈에 아른 아른 하더란다.
분명 병원에서도 괜찬다고 했고 아이나 아이 엄마나 모두 괜찬다고
걱정마시라고 했는데다 인사치례로 과일과 아이스크림을 사 가지고
일차 집에까지 방문을 해 놓고는...
그래도 또 어떤가 궁금하더란다.
빈손으로 갈수는 없고
아이의 손목에 시계가 없던것이 불현듯 생각이나서
신신당에 들러 아이 시계를 하나사고.
그 엄마가 또 아른거려 포도 한박스 사고...
그렇게 그 집을 방문하였다한다.
남편은 항상 그런 사람이었다.
어느해인가도 이번처럼 경미한 사고가 있었다.
남편보다 조금 연세가 위인 아주머니를 치었는데
어찌나 남편이 찾아다니며 세심한 성의를 보였는지
그 아주머니가 동상! 동상 하면서 미안하니 이제 고만 오라고 했단다.
알고보니 그 아주머니의 직업은 보신탕집의 주방장.
그 아주머니는 자기의 직장을 알려주며 꼭 한번 오라고 했고
남편은 어차피 식당에서 사 먹는밥
이왕이면 그 아주머니 일하는곳으로 찾아가고 싶었단다.
음식을 주문하고...
주방이 훤히 들여다 보이니 그 아주머니 눈짖으로 반색을 하더란다.
잠시후에 나온 보신탕엔 겉으로 보아선 다른사람것고 별 다른게 없었다한다.
하지만...
먹을수록.
탕그릇에서는 고기첨들이 우르르 뭉쳐있어 고기만~ 고기만 먹고왓다한다.
그날은
처음이니 인사치례로 그랬거니 했었는데
다음에 또 다시 갔을때도 역시나 겉만 안 보일뿐이지
먹어도 먹어도 끝도없이 고기첨이 나오더란다.
다음에도 또 그 다음에도...
나중에는 주인의 눈치가 보여 제대로 떳떳하게 밥을 먹을수가 없더란다.
그 아주머니가 너무 잘해주심에 부담스러워 그 다음부터는
발걸음을 멀리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언젠가도 들었었는데.
지금 아이의 엄마도 그러더란다.
" 오시는것은 얼마던지 좋아요.
하지만 부담스러우니 빈 손으로 와 주세요 "
과하면 모자람만 못 하다고..
남편이 아주머니에게 느꼈을 부담이 아이의 엄마에게도 남편의 방문이
부담 스러운가 보다.
작은 꼬마 아이는 시계를 차고는 포도를 먹으며 너무 좋다고 발을 동동 구르고...
그 아이의 천진함이 너무 예뻐보여 무어라도 해다주고 싶다는 남편이
너무 심한것은 아닌지...
아마도 남편은 그 아이의 몸에 들은 파아란 멍 자욱이 완전히 없어질때까지는
그 집을 방문할것이며 그 엄마는 그 때마다 부담스러워 하겠지.
왜 그리도 유난을 떠는것인지.
너무 고운 심성이 오늘은 별나보인다.
혹시나, 혹시나 말이다.
그 아이가 머스마라서 인것은 아닐까?
계집 아이라도 남편이 그 아이를 예뻐하며 그리 찾아다녔을까?
은근히... 안그런척은 해도
남편은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를 더 예뻐한다.
아마도 자기 슬하에 사내자식이 없어서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이런 자그마한 일에도 공연히 주눅이들고.
때론 속이 상한다.
게으른 마누라를 아내로 맞이한 덕분에
남편...아침밥도 못 얻어먹고는 어제 조카딸이 사온 빵으로
허기를 때우고는 지금 거실에서 슬그머니 단잠에 빠져있다.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수 없는 남편의 고운 심성에
비가내려 을씨년스러운 날씨라 얇은 이불한자락 몸위에 걸쳐주었다.
정말로 본격적인 장마인가 보다.
열어놓은 창문으로는 으슬으슬 한기까지 느끼도록 시원한 바람이 살갗으로 파고든다.
한숨 푸~욱 자게 내버려두고 점심이나 맛나게 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