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일년을 기다려온 생일
어릴적부터도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 시집가서 못찾아 먹으면
불쌍타고 친정엄마 지극정성으로
생일상을 차려주셨다
더운날씨로 인해 아침에 버무린
잡채를 오후가되면 시큼한 쉰내
때문에 버려야 하더라도 한번도
빼놓지않고 차려 주셨다
그리고 울신랑
비록 매번은 아니더라도 자기
맘 내키면 간이 모자란 미역국을
끓여준다
나또한 내 몫은 내가 챙긴다는
주의로 내손 움직여야 밥한술
입에 들어가는 형편이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갈비며 잡채며
샐러드며... 맘에 드는 음식으로
아침 생일상을 차리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사도 했고
또 유난히 더위를 타는 탓에
모든것이 귀찮고 힘들어 그
좋아하는 미역도 불리지를 않았다
그런데 오늘아침
귀에 익지 않은 소리에 선뜻
잠에서 일어나니 옆에서 세상
뒤집어져도 모르게 잠들어있어야
할 신랑이 없었다
화장실 갔나..... 싶은데 다시
바깥에서 인기척이 난다
일어나 나가보니 잠자던 파자마는
어디로 가고 말끔히 운동복 갈아
입은 신랑이 주방에서 분주하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이미 싱크대는
간밤에 정리해놓은 흔적은 어디에도
없고 난장판이다
가스불위에서는 보글보글~소리를 내며
미역국이 끓고있고 전자렌지가 시끄
럽게 돌아가고 있다
- 자기 잠안자고 모해....?
- 어? 왜 일어났어....
상차려놓고 깨울라 그랬는데.....
아무리 해도 미역을 찾을수가 없길래
근처 편의점에서 포장해서 파는
미역국을 사왔단다
포장지에 시키는대로 물을 붓고
끓이고 있는 중이란다
전자렌지가 멈추자 한공기 정도
넣고 밀봉한 밥이 나온다
비록 상점에서 사다 끓이고
뎁히기만 한 밥과 국이지만
신랑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겠기에 맛있게 아침식사를
했다
며칠전 아버님께 받은 금일봉도 있고
또 모자라는 것은 자기가 보태
준다는 큰소리에 아이들과 집에
찾아온 친구랑 오랫만에 옷 한벌
장만하자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갖가지 색상의 옷들은 선녀의
날개옷보다 더 이쁘고 고우련만
내눈에 띄는것은 빛깔이쁜 남자
셔츠랑 넥타이 그리고 아이들
깜찍한 옷들......
다림질로 반들거리는 신랑의
셔츠가 갑자기 구질거리고
이런저런 얼룩이 진 딸아이의
흰색 원피스가 초라해 보인다
아들아이의 운동화는 왜 갑자기
덥고 답답해 보이는지......
점심시간 내내 온가족이 백화점
맨윗층부터 아랫층까지 수없이
오르내리며 쇼핑을 한뒤
주차해놓은 우리 차로 돌아올때
각자의 손에는 로고도 시원스런
백화점 쇼핑백이 한두개씩 들려
있었다
마침 세일중이라는 남편 와이셔츠
두장과 그에 어울리는 넥타이 한개
또한 세일중인 빨간 줄무늬가 선명
하고 고운 이쁜 딸아이 원피스
그리고 탄력좋고 부드러워 보이는
아기 샌들.....
내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리고 오늘은 일년에 두번도 없는
대단한 내 생일이지만
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쇼핑이
아주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난
난
어쩔수없이 엄마로 또 아내로
살아가야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