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임신중지권 보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97

자기가 생각하기 나름인가봐요!


BY 아낙네 2001-05-18

너무나 평범한 가정이었고,
항상은 아니었지만 성실하고 가끔은 나보다 부족한 사람들을 생각했고
결코 낭비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며,
남들보다 조금 욕심부려 딸 하나에 아들 둘,
우리는 정말 열심히 살았고
지금의 생활에 감사도 할 줄 아는 삶을 살아갔지요.

그날도 그이는 좋아하는 산을 간다기에
제가 그 산 어귀에까지 태워주고
잘 다녀오라고 하면서 저는 집으로 돌아왔지요.
그리고 그이가 돌아오기로 한 날이 다 지나가도
그이는 돌아오지 않았고,
급기야 찾아나섰지만 그이는 이세상 사람이 아닌채로
싸늘하게 우리 앞에 돌아왔지요.

책임감이 있기로는 그이를 능가하는 사람이 없었고,
나에게는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경상도 남자라 항상 무뚝뚝 했지만
그이의 눈빛만 봐도 그이를 읽을 수 있었고
항상 그이의 생일 때가 되면,
다시 태어나도 당신하고 결혼할거라고
예쁜 카드를 보내곤 했지요.

그이도 항상
난, 당신한테 불만없어,
그게 그이의 애정 표현이었고,
항상 15년동안 팔 베게를 해 준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들이 돈 벌러 외국에 나간다면
나는 돈 조금 벌어도 같이 있고 싶었지요.

그이를 내 곁에 오래 있게 하고 싶어
거의 제 정신이 아니었지만
떠오른 생각이
박제라도 해서 곁에 놓고 싶어했고,
어머님에게
그이 한번만 더 낳아달라고 떼를 썼지요.
항상 어버이날이 되면
멀리 떨어진 관계로
미리 카네이션 꽃 두송이랑
양말 2켤레, 사탕 한봉지,
그이를 낳아 주셔셔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었거든요.
정말 진심이었구요.

그이가 갔지만 그이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해 줄거라고 믿었고,
정말 그이가 우리를 그냥 이대로 놔 두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지요.

우리 막내는 그때 17개월,
지금은 국민학교 1학년,
그 아이만 데리고 가면
큰 아이들은 누군가가 봐 줄것 같아
막내만 데리고 운전을 하면서
별 짓을 다했지만,
잘 안 되더라구요.
그이 보내고 나 혼자 살아있는 것이 너무 미안했어요.
나는 그이를 그렇게 좋아한다면서도
그이를 위해서 아무것도 할 게 없었어요.

더욱 나 자신이 미운 것은
며칠이 지나니까 배가 고파 졌어요.
그런 나 자신이 정말 경멸스럽기까지 했어요.

1년이 지나면서 나는 그이 따라가고자 하는 짓을 그만 두었지요.
조금씩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주위의 그이 친구들과도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모두들 너무 진실되게 저를 걱정했고,
제 주변에서 늘 머물러 있어
이제는 그이 있을때 처럼 친하게 지내고 있고,
항상 그들이 있어 힘이 되고,
작년에 큰 수술로 입원했을때도
그들이 병실을 돌아가며 지켜주어
조금만 외로웠답니다.

참 열심히 살아왔고,
앞으로도 긍정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으로 여기며,
단지 같이 있지 않는 사람일 뿐,
하느님이 아닌
새로운 신으로 내 가슴 속에
깊이 깊이 남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