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입금액이 없어요? "
연 이틀을 일을 했어도 단 한푼도 주지 않는 남편이 의아스러워 물어보니
" 그냥 그렇게 됐어 "
라고 짧게 대답을 한다.
남편은 매일 내게 입금을 시킨다.
두사람의 합의하에 일정액을 정해서 일을 하는 날은 꼭 그 약속을 지켜왔다.
더 버는 날은 남편의 괘 주머니 속으로
덜 버는 날은 그 괘 주머니에서 모자란 액수만큼을 보태어 채워 주었는데
첫날은 안주기에 다음날 모자라는거 충당해서 주려나 보다...
그리 생각했는데
이틀의 일이 끝나도 아무말도 없이 남편은 내게 돈을 안주는 거다.
여직 그런일이 없었고
혹여 특별한일이 있으면 꼭 설명을 해 주었는데
궁금증에 몸살이 난다.
" 뭔일있었어요? "
" 아냐... 알려고 하지마. 그리고 미안해 "
" 뭐가 미안한대? "
" 당신 입금 못 시켜줘서 "
매일 들어오는 돈으로 나는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으니 하루만 안 들어와도
생활에 차질이 생기는 거다.
요번의 입금으로는 먼저번의 홍삼 산거 카드 결제해 줘야하는데...
뭔일인가는 알아야만 대책을 세울거 같았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내게 남편은 설명을 한다.
" 당신 놀랠까봐 말을 안한건데... 작은 사고가 있었어 "
" 사고? 무슨? "
" 9 살 먹은 어린애 하나를 건드렸어 "
" 건드리다니? 당신 차에 치었단거야? "
" 응. 그런데 많이 다치지는 않았어 "
순간 심장이 저 아래로 쿵! 소리가 나도록 내려 앉는다.
그리고는 벌렁거리며 뛰는데 얼굴까지 달아오르며
말조차 더듬어진다.
" 어, 어, 얼마나 다쳤는데? 당신은 괜찬고? "
" 나야 괜찬으니까 이렇게 있지 "
그러며 남편은 사고 경위를 설명을 한다.
경성 아파트 앞을 서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린아이 하나가 튀어 나오더란다.
급브레이크를 밟았으나 그보다 먼저 아이가 부딪히고
그러며 퉁그러져 나가더라고...
그 순간 머리속이 하얘지며 아무생각도 안나더란다.
급히 뛰어 내려가 이이를 보려는데 그보다 앞서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밀려오더라고...
얼마나 당황을 했겠는가?
일으켜세운 아이를 보니 겉으로는 멀쩡하더란다.
주위 사람의 연락으로 아이 엄마가 뛰어오고...
함께 병원을 가서 엑스레이도 찍어보고
이리저리 의사선생님이 살펴보아도 별다른 증상이 없어
그냥 아이를 제 엄마가 데리고 갔다하는데
그때부터 일도 손에 잡히지를 않고 하여 차를 세워 놓았다한다.
일찍 들어오면 걱정할까봐 집에도 못 들어오고
그래 그날의 일은 공쳐버린거고
전날 벌은 돈은 병원비와 약값으로 다 날라갔다는 설명을 해주는데
가슴이 쥐어짜듯 아프다.
백배천배 머리 조아려 아이와 아이 엄마에게 사죄를 하고
무슨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달라고 전화번호를 주었다는데
다행인것은 그 엄마가 선해보인다고 한다.
속도가 있었더라면 아이하나 목숨까지 잃을뻔 했다고
담담히 말을 해 주는데 뛰는 내 가슴은 진정시킬수가 없다.
듣는 내 가슴이 이런데 본인 당사자들은 얼마나 놀랬을까?
" 당신 괜찬아? 정말 괜찬은거야? 청심환이라도 하나 먹지... "
이리저리 만져보며 호들갑을 떠는 나를 밀치더니 남편이 말을 한다.
" 이 사람아. 기사 마누라 노릇 한두해 해봐? 뭘 그런거 같고 놀래? "
기사 마누라 노릇한지 이십여년이 가까워 와도...
차에 관련된 작은 사고에도 내 심장은 무너지고
놀램은 한동안 진정되지 않는다.
아침에 차를 끌고 나가 밤늦게 내집에 들어와 내 곁에 누워 잠들때까지
난 항상 마음이 놓이지를 않는다.
니옹~니옹~ 하는 엠블런스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내려앉고
끼~이익~ 하는 브레이크 끌리는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벌렁거린다.
아무리 오랜시간 기사 마누라 노릇을 했다고 해도
사고는 한순간인것을...
되방정 맞은 생각은 애써 외면한다 해도.
작고 큰 사고들이 있을때마다 내 심장은 조금씩 오르라 붙는다.
어제는 휴차였는데
그 피해자의 집에 전화를 하더니 방문약속을 잡는다.
밤 11 시쯤 들어온 남편은
" 야아~ 그 아줌마 되게 좋은 사람이드라. 그리고 아이는 멍만 조금 들었지
아주 멀쩡해 "
" 그래? 다행이네... 하늘이 도왔네 "
아이스크림과 수박을 사들고 방문을 하니 오히려 아이의 엄마가 미안해 하더란다
서로가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머리 조아리고 왔다는데
나 역시도 그 엄마가 얼마나 고맙던지...
요즘 세상이 조금만 차와 관련되는 사고가 있으면 어떻게든 걸고 넘어가려 하는
그런 사람들도 있다하던데...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 이제 다 끝났으니 마음 놓고 신경쓰지마. 기사 마누라 노릇 하려면 대범해 져야돼 "
남편도 한시름 놓았다는듯 사온 수박 한덩이 냉장고에 넣어주고는
달디단 단잠에 빠진다.
대범한척은 해도 얼마나 놀랬을까? 생각하니 남편이 안쓰럽다.
" 오늘도 무사히 "
라는 글귀가 새삼스레 떠 오른다.
정말 오늘 하루도 무사히 가족곁으로 돌아와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