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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0원짜리 브라


BY 칵테일 2000-11-14

3,900원짜리 브라



며칠 전에 우연히 까르푸에서 졸지에 쇼핑을 하게 된 일이 있었다.

까르푸는 일반 다른 창고매장과는 달리 평면적으로 넓게 배치가 되어있어서,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지루하다.

끝에서 끝까지 카트를 밀면서 다니려면 귀찮은 생각도 불끈불끈들고......

어쨋든 그렇게 슬슬 카트를 밀며 매장을 구경하던 중에, 예쁘게 전시가 되어 있는 여자 속옷 매대를 발견했다.

각종 가격대가 골고루 보기좋게 전시가 되어있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맘에 쏙 드는 디자인은 제일 값이 싼 곳에 있는 게 아닌가!

그 비슷한 모양의 것을 좀 제대로(?) 된 가격대의 코너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거였다.

내 마음에 드는 브라의 디자인은 가격표가 3,900원으로 되어있었다.

처음에는 그걸 본 내 눈을 의심했다.
(라식을 한 지가 얼마 안되어서 내가 잠시 헛것을 본 줄 착각했을 정도~)

설마...싶어 혹시 39,000원을 잘못 붙여놓은 게 아닐까해서 직원을 불러 다시 가격을 확인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가격은 역시 내가 처음 본 대로 3,900원!

그러고보니 메이커도 낯선 곳이었는데, 종업원 말로는 기획상품이라 원 가격보다 싸게 나온 거라나?

속는 셈 치고... 두개를 샀다. (그것도 하얀색으로만 두개를!)

사가지고 입어보기 전에 저녁때 그걸 남편에게 보이며 싸게 산거라며 자랑(?)을 했다.

그랬더니 남편이 대뜸 한다는 소리가 자기가 와코루에서 사다준 검은색 속옷은 왜 안입느냐고 그런다.

"히히히.... 고건 너무 야하잖아."
이렇게 괜히 비실비실 웃어가며 어쩌구 하다가 결국은 "나중에 꼭~ 입을게" 했다.

남편이 예전에 와코루에서 위아래 세트로 사다준 속옷이 있는데, 색도 검은 색인데다 레이스가 어찌나 요사시하게 되어있는지 아직까지도 도무지 입을 엄두를 못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내가 웬 싸구려(?)를 사들고 들어와서는 "이거 싼 거 치고는 예쁘지 않아??" 이러고 나서니, 남편 입장에서는 그런 내가 조금 섭섭했었나보다.

그런데 막상 그 브라를 입어보니 어찌나 몸에 꼭 맞고, 착용감이 산뜻한지 사들고 들어온 내가 더 놀랐다.

정말 그 가격이 전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지금까지 내가 입어온 어떤 속옷보다 절대 그 품질이 뒤지지 않았다.

내 가슴 사이즈에 꼭 맞는 걸 골라와서 그런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입어보고나서는 어찌나 만족스럽던지.

하두 마음에 들어서 남편앞에서 졸지에 속옷 패션쇼도 잠시 벌였는데.......

그러다 순간적으로 깜짝놀라 나도 모르게 벌떡 정신차려 얼른 잠옷을 입기는 했지만~

남편은 흐흐흐... 좋아라 하며 그런 나를 보고 웃기만 한다.

어떤 영문으로 그것이 그 가격대로 매대에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이제부터 가격이 싸다고 다 물건이 후(?)진 것은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설령 가격이 너무 낮다싶어도 한번쯤 물건을 제대로 보고 판단하여 구매하는 것도 어쩌면 알뜰주부가 되는 하나의 방법은 아닐지......

다시 가면 그 물건이 더 있을까?

마음같아서는 한 몇개 더 사놓고 싶은데....쩝~


3,900원짜리 브라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