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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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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코리언


BY 크로커스 2002-07-13

사무실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 온 박사님은
"에이, 어글리 코리언!"이라고 말했다.
박사님 사무실의 미스 리는 오늘도 박사님이 흥분해서 떠들어 댈 것을 짐작하고 귀를 반쯤은 닫기로 한다.
이미 수도 없이 들어서 안 들어도 이미 다 외우고 있을 정도이다.
박사님은 거의 날마다 얼굴이 벌개지고 이마에 굵은 주름이 잡힌다.
무식한 한국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이 정말 피곤하기만 하다.
아이들을 학원에만 보내면 psychologically 뭐가 되는 줄 알고 세탁소다 뭐다해도 돈 좀 벌면 골프나 치러 다니며 도무지 자식 교육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경멸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박사님을 학원이나 경영하는 사람인 줄 알고 함부러 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한심하다.
그들을 좀 가르쳐보려고 해도 도대체 박사님의 고견을 경청하는 자세가 틀려먹었다.
다소곳한 자세로 듣고 박사님이 가르쳐 주는 대로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기는 커녕 건방지게시리 이러쿵 저러쿵 아는 체를 하는 것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미국 선생에게는 찍소리도 못하는 주제에 "우리 아이 어때요?"하고 학원에 아이를 데려오고 데려갈 때 불쑥불쑥 묻는 학부모도 있다.
아이에 대해 물어보려면 사전에 미리 약속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묻는 것이 미국식인데 미국에 살면서 미국식이 무엇인지도 모르니 박사님은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다.
정말 어찌해 볼 수 없는 한심한 족속이다.
애국자인 척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사님은 "한국 사람은 모두 예의바르고 머리가 좋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아들 딸에게 주입시키며 키웠다.
그런데 요즈음 딸 아이는 '거짓말장이'라고 박사님을 공격한다.
대학에 입학한 후 박사님이 시킨대로 한국 사람을 도와주려고 애썼는데 한국 사람은 예의도 모르고 공부도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박사님은 착하고 순진한 딸을 실망시킨 한국 사람들을 생각하면 한국 사람에 대해서 더욱 화가 난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은 한국 사람은 모두 예의 바르고 머리 좋은 줄 알고 한국 사람 대하는 일에 약간 겁까지 먹고 있는데 실상을 알면 실망할 것이 두려워 한국에 데려갈 수도 없다.
일찌기 미국에 와서 미국 시민화한 박사님이 볼 때 한국 사람들은 구제 불가능한 족속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박사님과 교육상담을 하겠다고 약속하고선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기 일쑤고 아이가 학원에 결석을 하면 그 이유를 미리 알려줘야 하는게 미국식인데 그런 것도 모른다.
박사님이 경영하는 학원 교실 중 하나가 에어컨이 안된다고 불평하는 것을 보면 박사님의 교육사업을 영리사업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를 무슨 서울의 대성학원으로 아는 모양인데 그런 사람을 보면 교육이란 무엇인지, 미국식이 어떤 것인지, 가르쳐 보려 하지만 고마운 줄 모르고 오히려 큰 소리치는 바람에 박사님을 매번 무지무지 화나게 하는 것으로 끝나기 일쑤다.
박사님은 한국 사람이 미국에 와서 한국식으로 하는 무식한 짓에 대해서라면 몇 시간이라도 말 그대로 입에 게거품을 물고 침을 튀겨가며 흥분할 수 있다.
오늘도 그렇다.
학원이 끝나는 날이라 그 동안 돈 받고 팔던 스낵 중에 음료수를 공짜로 제공했더니 하나씩이 아니라 둘씩 셋씩 가져가는 녀석들도 있다.
그것도 못마땅한데 어떤 녀석이 허락도 없이 냉장고 문을 열고 음료수 캔을 꺼내 가려다 박사님의 눈에 띈 것이다.
사전에 허락을 얻지 않으면 미국 아이들은 결코 냉장고 문을 연다든지 하지않는데 애나 어른이나 역시 한국 종자는 틀려먹었다.
박사님의 입에서 절로 '어글리 코리언'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박사님의 얼굴이 벌겋고 이마에 굵은 주름이 항상 잡혀 있는 것도 모두 '어글리 코리언' 탓이다.
박사님의 입심은 나이가 들어도 줄어들 줄을 모른다.
미스리의 반쯤 닫은 귀가 아플 무렵에야 간신히 불평을 끝냈다.
박사님의 '어글리 코리언'에 대한 불평이 드디어 끝나고 미스리는 박사님의 벌건 얼굴과 이마의 주름과 입가의 게거픔을 힐끔 바라보았다.
"어글리 코리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