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옵니다.
아파트 놀이터에 아이들과 함께 나갔다가
풀 속에서 달팽이 한마리 보았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아주 느리게 느리게...
아이들과 내가 보기에는 달팽이는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달팽이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요.
그 천천히 가는 것이 달팽이 세상에서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니까요.
내 멋대로 천천히 간다고 말합니다.
내가 달팽이도 아니면서...
아이들이 신기해서 나뭇잎위에 올려 놓고
한참을 들여다보자 동그랗고 기다란
더듬이 네개가 나왔다 들어갔다 하며
앞으로 앞으로 갑니다.
어딘가에 꼭꼭 숨었다가 비가 오면 슬며시
나뭇잎 위에 풀잎 사이 사이로 돌아 다닙니다.
비가 안 와도 분명 어딘가에서 있었을 텐데
비가 오면 아이들과 전 지렁이와 달팽이
구경을 하며 돌아 다니는 것이 일입니다.
평상시에는 안 보이다가 비와 함께 나타나
우리를 즐겁게 해 주는 달팽이 처럼
나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숨어 있다가
아... 이때 쯤이면 나를 만나면 좋겠다 하고
내 앞에 나타나 좋은 인연으로 만나나 봅니다.
가끔 모습만 알고 잊혀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렇게 천천히 오래 나에게 미소를 짓게
만들어 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울 뿐입니다.
어딘가에서 나를 생각해 주고 편지해 주는
사람이 있기에 내가 더 조금씩 조금씩
자라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인연이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가 끝이 되는지는 잘 모르지만
이렇게 만났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정말로 귀한 일 일것입니다.
만남과 헤어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상대를 잊지않고 내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면
언젠가 그 사람도 날 생각해 주고 소식 전해 주겠지요.
어느날 갑자기 내 생각이 나서 편지를 주거나
전화를 해 준다면 정말 행복할 것입니다.
잊혀지는 사람이 아니라 어느날 문득 문득 보고파지고
그리워지고 웃음지을 수 있는 사람으로
오래 도록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