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줄기를 한 단 샀다.
바로 해 먹을 수 있게 파는 것도 있지만
너무 비싸기도 하고, 또 반찬해 놓으면 입에서 겉도는
껍질들이 싫어서 그 수고로움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덜커덕 한 단 사 버렸다.
방바닥에 신문지를 펴고 고구마 줄기를 묶은
지푸라기를 끌른다.
자..이제부터는 시간을 잊어야 한다.
이 시간이면 다른 걸 할 수도 있을텐데...하는 생각일랑은
아예 말아야 한다.
빳빳한 줄기를 하나 들어 껍질을...헉! 손톱이 너무 뭉툭하다..
과도를 하나 찾아든다.
과도로 껍질을 까 내린다.
껍질속에 앉았던 수분들이 올올이 일어나
콧등을 간질인다.
햇빛에 반사되는 작은 수분알갱이들이 참 예쁘다..
하나, 둘, 셋.....아이구 이걸 은제 다 깐대?
못 다 깐 줄기들에 자꾸 눈길이 머문다.
작가 조양희도 아이들을 그렇게 사랑하지만은
김 쟁이는 시간은 참을 수 없다고 했던가..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무력해지는 이 시간은
헝클어진 서랍 속 같던 내 머릿속을
채곡채곡 정리하게 해 주는 그런 시간이기도 하다.
늘 맘만 바빠 헐떡이는 내 심장의 파동들도
규칙적인 제 리듬을 되찾고
내 혈관 속을 무질서하게 흐르는 피들도
완만한 흐름을 타는 순간,
바로...내가 평화로와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