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에 관한 아래의 시를 읽다가 마침 초봄에 쓴 제 글이 있어서~~~^^*
허둥지둥 발걸음이 부산스럽다. "엄마! 오후 6시에 깨워주세요, 일어나자마자 밥 먹을 수 있도록 저녁밥도 준비해 놓으시고요, 학원시간이 7시잖아요." 어둑어둑하니 이미 날은 저물었고 6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가는 버스정류소에 서있다. 컴퓨터에 붙어서 잠깐 공부한다는 게 5시 20분의 마지막 치료시간을 또 놓칠 뻔했다. 가까운 곳에는 안 태워준다는 택시기사 양반한테 사정사정해서 헐레벌떡 겨우 턱걸이라도 했건만 냉장고가 텅 비어있는 걸 그제야 깨닫는다. "뭘로 저녁을 해 믹이지?" 버스오기 전에 한 가지라도 살까 싶어 찬거리를 파시는 아주머니의 난전을 기웃거린다. 두리번두리번 하는데 새파란 쑥이 눈에 쏙 들어온다. "천 원어치만 주세요, 조금 주셔도 돼요." 이 천 원어치라고 닮아 논 플라스틱 소쿠리가 괜스레 미안하다. 조금만 덜어내고 검은 비닐봉지에 선뜻 넣어주시는 아주머니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는 얼른 버스에 오른다. 집에 들어서니 늦었다며 둘째가 주섬주섬 식탁을 차리고 있었다. 쑥을 일단 물에 담가놓고 냉동실에 생으로 갈아서 넣어둔 콩가루를 꺼내왔다. "어디에다 콩가루와 쑥을 함께 넣어 털지?" 이럴 때 친정어머니의 가루바가지가 있으면 요길 할텐데... 갓방이라고 거처는 하지 않고 이런저런 곡식을 들여놓던 방이 하나 있었다. 창호지를 바른 문을 밀치면 문 바로 옆에 밀가루단지와 콩가루단지가 나란히 놓여있었다. 단지 위에는 탈탈 가루무침을 하던 한 쪽 귀퉁이가 깨진 바가지가 늘 얹혀 있었다. 언제나 바싹 말라있어서 갓 씻어온 채소에다 가루를 입히기엔 제 격이었다. 솥에 물이 끓어오르면 가루 한 줌 넣은 바가지를 들고 오셔서 탈탈 쑥에다 가루를 입혀 솥에 부어넣곤 하셨다. "바가지 좀 갓방에 갖다 놓고 오너라!" 아궁이에 불을 넣다가 쪼르르 갓방으로 달려가곤 했었다. 요긴한 살림살이란 생각보단 그저 내 눈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깨진 박바가지일 뿐이었다. 한참 쑥과 콩가루를 무칠 그릇을 고민하다 나일론 바가지를 꺼내어 쑥과 콩가루를 뒤집으며 탈탈 털었다. 멸치국물이 끓을 적에 버무린 걸 넣고 무채를 썰었다. 간을 맞춰서 맛을 보니 옛날, 어머니의 국보다는 못 하지만 그래도 향긋한 봄 냄새가 풍겼다. "자 오늘은 쑥국이다, 맛있으니 어서 먹자!" "이런 국은 싫어요!" 한 녀석도 아니고 세 명이 다 합창을 한다. "아니? 쑥국이 싫다니? 혀라도 한 번 대 보고 말하거라!" 소귀에 경을 읽지, 한사코 도리질하는 데야 무슨 수로 먹이나? 올드 스토리로 한 음식이니 역시나 잠시 향수에 젖었던 이 어미 차지 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