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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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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엄마의 또다른 이름


BY 김성희 2000-05-17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을 부지런히 준비한다.
졸음이 덜깬 부시시한 햇살도 부지런히 한낮을 준비한다.
오늘따라, 뜨거운 커피한잔을 마시며,세상돌아가는 이야기를 읽고 싶지만 시계는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뎅뎅거리며 잠자는 식구들을 깨운다.

11살 아들은 이제 누가 뭐라지 않아도 혼자 알아서 옷 입고 학교갈 준비하고, 밥상을 찾는다.
남편도 언제나 처럼 마음에 드는 옷을 혼자서 처리하고 모든 준비를 마친뒤 밥상을 찾는다.
두 남자는 이렇게 말 한마디도 없이 아침을 먹고 나란히 각자의 길을 나간다.
아참!
아들의 한마디 "엄마, 운동갈 차비하고, 간식비하고 천원만 필요해요."
나 또한 말없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준다.
똑똑한 시계의 스케줄에 맞춰야지, 아니면 지각하니까....

30대 후반이 되며, 나의 말 수는 줄어든다.
가족간의 대화도 줄어들며, 귀여운 수다장이 아들도 바빠 얼굴한번 자세히 보려면 잠자는 방에 들어가 잠깰세라
'내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을까?'
하며 아이얼굴 보다가는 나도모르게 내 얼굴을 거울에 마주해 본다.
'이 아줌마 얼굴에 점이 왜 이리 많을까?
얼굴 관리좀 했다면 이 점은 가벼운 여드름으로 짜버렸을 것을..
눈 밑에 조금씩 그늘이 지는구나?
잠 자는 시간 조금 줄여 맛사지좀 하지."
하는 꾸지람만 잔뜩 먹어버리면서도....

유치원 딸 아이가 부시시 일어난다.
아직까지는 엄마가 이세상의 전부인 이 천사가 나를 미소짓게 한다. 두 팔벌려 크게 안고, 얼굴비비며, 씻겨주고 밥 먹여주고 유치원 버스올때까지 내 품안에서 아양댄다.
그리고 천사가 버스에 올라타는 그 순간에 또 나는 벙어리가 된다.

라디오를 켜고 내 젊었을적 들었던 음악이 나오는 곳을 찾아틀며( 요즘 노래는 도대체 어렵고, 복잡하다) 부지런히 집안 정리하고, 나의 일을 찾아간다.
요새 시작한 복지관 제과제빵강의 시간에 맞춰 나를 단장시키는 것이다.
나의 존재도 확인하고, TV앞에서 마냥 드라마 짝사랑하는 것이 신물이 나서 찾은 돌파구다.
아니다. 이게 진실이 아니다.
가족을 위해 후에 무슨 도움이나 되지 않을까 해서 시작해 본것이다.
아직도 나의 이름은 아내와 엄마다.

언제 나의 이름을 불러줄 날이 다시 찾아올까?
시댁에서는 아이엄마
친정에서도 아이엄마
동네에서도 아이엄마
시장에서도 아이엄마
은행에서도 남편과, 아이이름으로된 통장이름만 있고
이렇게 헤매다, 복지관 신청서에 하마터면 아이엄마라고 쓸뻔 했다.

이제 시작할 것이다.
나를 위해 나의 불러줄 무언가를 준비하기 위해 무조건 배우고
닦아보기로
나의 시작은 이렇게 빵과함께 미약하지만, 노력을 발효로 삼아
크게 부풀려 보기 좋은 작품으로 남도록
하나님께 선물하려고 한다.
그날까지 조금더 외롭겠지만 열심히 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