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여름 8월20일
처음으로 수능시험이 시작된해그때는 시험을 두번 치렀다
8월에 한번 11월에 한번
첫번 수능시험 전날 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날 새벽 2시경
창문을 부스며 깨우는 소리에 놀라 일어나보니 아! 불이났단다.
옆집에 불길이 솟고 있었다
그때의 그놀라움이란
식구들을 깨우는 내목소리는 떨리고
애들은 정신없이 책가방만 들고 맨발로 뛰어나갔다
난 무슨생각이였는지
가족사진첩을 다도 아니고 두권만 들고 나왔다
그리고 소방차 싸이렌소리
구경하는 사람들
12가구 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여 갔다
그리도 소중했던 모든것들이 송두리째 재가 되는 순간을 속수무책으로지켜봐야만했다
사랑했던 강아지를 못데리고 나와서 거의 실신상태가 된 옆집 할머니
속옷하나달랑 걸치고도 자기가 옷을 입고 있는줄알았다는 뒷집아저씨
아직 불이 덜붙은 자기집에 귀중품을 꺼내야 한다고 소방관 아저씨와 몸싸움하는 앞집아저씨........
그야말로 아수라장 ......
불행중 다행이랄까 그래도 손가락하나 다친사람없이 불길은 잡혀가고 있었다
타다남은 지붕이 무너져내리고
소방차가 뿌린 물이 검은 홍수를 이룰때쯤에 불길은 완전히잡히고 넋이 나간 우리 12집
30 여명의 식구들은 죽음같은 어둠속에 할말을 잊고 있었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는지 날이 밝아오는데....
큰애가 말하데요 엄마 저 오늘 수능시험 보는날이예요
뭐라고 말했니? 뭐라고? 시험?이라고 했니?
아저씨 우리아들시험보는 날이래요 어쩌면 좋아요
진화 과정을 지켜보고있던
시청공무원 아저씨께 도움을 청했다
책가방속에 수험표는 다행이 들어있단다
누가 벗어주었는지도 모르는 운동화를 신고 우리 아들은 시험을치루러 갔다
혼미한 정신을 가다듬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겠는데.......
아무리 생각을 해도 어떤 전화 번호도 생각나지가 않는다
군부대에서 군인들이 나와 막사로 쉴곳을 만들고
전화국에선 전화를 가설하고
수도국에서 나온 직원은 수도를 .........
우리들은 바란적도없는 상상도 해본적이없는
화재민 이란 호칭을 들을수가 있었다.
빠르게도 구호품이 실려온다
난 아무생각이 없다
다른 아무생각도 할수가 없다
아침밥도 못먹고 간 우리아들 점심은 누가?
나처럼 아무생각도 안난다면 .......
시험을 어쩌지 우리아들은 어쩌지.........
점심때가 다돼서야
삼촌 사무실에서 학교가 그리멀지않다는 기특한(?)생각이 났다
놀란 삼춘이 학교로 도시락을갖고 달려가고 ..........
그리고 저녁에 막사로 돌아온 아들이 엄마보고 하는말
엄마 걱정마세요
시험이 대체로 쉬??어요
잘보이디?(안경을 못챙겼답니다)
생각은 ? 네네 모두요.........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그리고 또......
어느 종교도 갖고 있지않는 나지만 진실로 누구에게라도 감사하지않고는 배길수가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든것 보다 점수가 아주 잘나왔다. (물론 공부가 다는 아니지만)
우리 아들은 고3임에도 갑자기 집이 없어진탓에 고시원에가서 본고사 준비를 했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그기간에 성적이 어느때보다 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무난히 서울대에 합격을 했고
입학금 통지서에 장학금이 적혀있었다.
누가 화재민이란걸 알았을까?
학교로 전화를 해서 알아보니 그런것이 아니고 "과" 차석 이란다
너무기뻐서 난 또울었다.
아직 집이 해결이 안돼서 막사생활을 했는데도
그해겨울이 그렇게 춥지만은않았다.
우리장한 아들이 하던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엄마 !
모든게 다타버렸는데도 내머리속에 지식은 남아있었어요 .........
그래 그랬구나
이웃사랑 도
가족사랑 도
이소중한 재산은 온전히 남아있었구나........
아직도 남은것이 이렇게 많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