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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청소에 동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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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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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생명을 감사하며....


BY 은빛여우 2002-06-23

- 언니... 콩나물 많이 넣구 언니가 해주는 아구찜 먹구싶다~

세살 적은 손아래 막내 시누이 전화다.

참 싹싹하구 착하구 심성곱구 인정 많은 우리 막내 아가씨......

결혼전부터 같은 교회 청년부 생활을 함께 했었기에 편하게 굴자면
한없이 올케를 부려 먹을(?)수도 있었으련만 착하디 착한 우리
아가씨는 늘 항상 하나밖에 없는 올케를 먼저 배려하는 드문 시누다.

힘들고 어렵게 한 결혼생활......
더우면 더워서 일 안하고 추우면 추워서 일 안하는 생활력 없는
남편과 모으는것 보다 쓰는걸 더 좋아하는 시어머니와
말많고 탈많은 다섯 시누이와 오랜동안 병석에 누워 지내는 시아주
버님과 그 병수발에 지칠대로 지쳐 황폐해진 마음엔 정이라고는
찾아볼수없는 손윗 동서와 갚아도 갚아도 줄지않는 빚......

한치건너 두치랫지......

가끔 얼굴볼때 그래도 씩씩하게 웃고 떠드는 모습에 간간이
아가씨의 사정을 잊어버리곤 하는 이 생각없는 올케는
오늘 시할아버지 기일에 준비할 모든 것들을 언제나와 다름없이
아가씨한테 맡겨 버렸다.

신랑 퇴근과 맞춰 애들 둘 앞세워 당당하게 시댁에 들어서는데
전혀 아가씨답지않게 자리펴고 누워있는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애써 시장은 봐다 놨는데 입덧이 넘 심해 더이상 음식 준비는
할수가 없었노라고.... 미안하단다.

첫아들 낳고 얼마후 가진 둘째아이를 무뇌증으로 잃고 다시는
아이에 대한 말이 없길래 그저 그상처가 넘 커서 그런가....
속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임신이 3개월 째란다.

기특하고 고맙고......

아가씨 눕혀놓고 허둥지둥 장만하는 제사음식이 그래도 신이 난다.

모든 가족들 식사 마치고 뒷정리까지 끝낸후에 자고 갔으면 하시는
부모님들의 눈치를 모르는척 외면하고 집에 가자 재촉하는 신랑의
뒤를 따라 자는 애들을 하나씩 안고 집으로 향했다.

평소에 집안 행사에 하나있는 올케 부엌떼기 만든다며 나서서
외식을 주장하는 아가씨가 돌아오는길 오빠의 휴대전화로
올케의 손맛이 먹고싶다는 말을 전했다.

- 어, 아가씨~ 내가 한솥 해줄테니까 실컷 먹구
이쁜 아기 낳아요. 시장 봐서 전화 할테니 와요......

고마운 우리 시누.....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입을수 있게 고운 임신복 한벌
선물 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