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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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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14) -- 사대주의 사상


BY ps 2002-06-21

세달씩 되는 여름방학을 맞아 주위 친구들과 나는
자연스레 아르바이트를 찾아나섰다.
부모의 경제적 고하를 막론하고, 자기가 직접 돈을 번다는 사실이
매력적이어서...

주유소, 잡화점 직원, 청소부 등으로 친구들이 일을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 나도 아는 한국분이 하시는 햄버거 가게에
쿡(cook) 보조로 취직이 되었다.

아침 9시 까지 출근하여,
양상추를 다듬어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토마토 씻어 얇게 썰고...
양파를 썰어 채를 내고...
(내 일생에 눈물을 제일 많이 흘린 때임. 후후)

당연히 손도 여러번 베이고, 손가락에선 떠날 줄 모르던 일회용 반창고!
하루는 그 반창고가 떨어져나가, 혹시 음식속에 섞였나해서 한참 난리를
치다가, 화장실 세면대에 떨어져있는 걸 발견하곤, 안심하기도 하고...


그 식당에는 나보다 2살 어린 '토니'라는 백인 고등학생이
저녁에만 나와 '쿡'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며칠만에 나는 그의 일솜씨에
감탄을 하고 말았다.

조그만 '동네 가게'라 햄버거를 고객의 취향에 맞게 주문을 받는데,
어떤이는 토마토를 빼라, 또 다른이는 케찹을 넣지 마라,
또 양파를 곱배기로 넣어라...등등.

그 다양한 주문을 '토니'는 눈으로 한번 훑고,
7개에서 10개 정도의 '마춤형' 햄버거를 순서 하나 안 틀리고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주인아저씨께 물어보니,
"응~~ 꽤 잘하지? 저 녀석도 1년 전에 시작했을 때는
너처럼 아무것도 몰랐었지. 근데, 지금 저 정도 하니,
'경험'이라는 게 무서운 거지!"


저녁 7시 지나 조금 한가해지면, 이것저것 하루일을 마무리하면서
'토니'와 조금씩 친해져갔다.

백인 특유의 금발에 파란 눈! 그리고 하얀 피부에 건장한 체격은
백인에 대해 막연한 '사대주의 사상'을 갖고있던 나에게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그렇듯), 이 '근사한 백인'을 직접 알게 된 것이
큰 행운인 듯 했고, 영어회화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필요 이상으로
친하게 굴었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햄버거를 시켜 먹던 고객 하나가 항의를 해왔다.
<케찹을 곱배기로 넣으라했는데, 보통 것보다 덜 하다고...>

돌아온 햄버거를 열어보니, 보통보다 약간 많은 듯한 케찹이 들어있는
햄버거가 반쯤 끝난 채 였다.

당연히 '토니'는 화를 내며 햄버거를 다시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마지막 순간에 '토니'가 허리를 굽혀
케찹 위로 침을 뱉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토니! 왜 그래?"
"저 녀석은 자주 이러는 악질이야.
주인이 동양인이라고 얕잡아보고..."
"하지만, 이래서는 안 돼!"

결국 내가 우겨, 새로운 햄버거가 나갔는데,
그날 밤, '토니'는 나에게 몇번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실토를 했다.


조그만 '인생의 전쟁터'였다.
백인 동네에서 돈을 버는 동양인이 못마땅해서 '딴지'를 거는
백인들이 있었으며, 그중에는 '토니'처럼
그런 사람들에게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복수'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옳건, 그르건.....

이 일을 계기로 나의 백인에 대한 '사대주의'는
조금씩 허물어져 갔다.

"이들도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구나!"
"나보다 더 나을 것도 없는데..."
"너희들이 할 수 있다면, 내가 못할 이유가 없지!!"



************


한국축구 홧팅!

우리가 스페인을 꺾고,
미국이 독일을 이긴 뒤,
우리가 미국을 이긴다면?

꿈일까요?

그래도...
꾸어보렵니다.


이곳 동포들도 아주 자랑스러워하고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