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오늘 아침 일찍부터 마음이 바빠 7시에 먹는 아침식사시간을 30분쯤 앞당겨서 간단하게 처리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권리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투표장을 향해서 대문을 밀고 나섰다. 약간의 흐릿한 날씨에다 산들바람도 간혹 옷깃을 스쳐주니 시원한 감마저 들어 남편을 앞세워 걸어가는 기분은 썩 괜찮았다. 전에는 매번 투표 때마다 행사장이 우리 집 지척에 있는 동사무소라 참 좋았었는데, 이번 행사장은 집에서 좀 거리가 있는 곳이라서 환자인 남편의 행보로는 좀 무리가 될 것 같아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에 몸을 앉히며.. "안녕하세요? 기사 님은 투표하셨습니까?"하고 물으니 "그럼요. 출근하면서 바로 투표부터 했습니다." 한다. 난 괜히 고마운 생각에 "기사 님은 참 일등 국민이십니다." 하며 초면인 기사 님과 대화를 나누는데 왠지 기분이 좋아 대화는 계속 이어지는데.. 기사 님은 마음이 깨끗해 보이는 후보를 찍었다고 했다.
"그렇습니다. 기사 님이 지지한 분은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건강하십시오." 하곤 인사를 건네며 차에서 내려 남편을 부축하여 행사장 내로 들어서니 이른 시간대라 그런지! 투표행사장내는 한산하고 선관 이들만 유권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다.
선관인 앞으로 다가서서 신분증을 내밀며 "수고하십니다." 하고 목례로 미소를 보이며.. 선관 인들의 안내 지시에 따라 절차를 밟아 투표용지를 받아 지지하는 후보의 명단에 붓 뚜껑 도장을 힘있게 꾹 눌러 찍었다. 찍고 용지를 접으며 보니 패션감각의 톤인 용지들이 흰색인 무채색보다 긍정적 시각으로 다가왔으며, 기표한 투표용지를 같은 톤 함에 투입시키면서도 왠지 기분이 좋아짐에 웃음을 머금고 뒤를 돌아보니 동작이 굼뜬 남편은 그제야 기표를 끝내고 박스 안에서 나오고있다.
남편 손에 들린 기표용지를 얼른 받아 투표함에 넣고는 수고하는 선관 인들에게 목례로 인사를 남기고 행사장을 나서면서 남편에게 "여보! 우리 아직은 선선한 아침이니 은 사시 나뭇잎이 노래하는 그늘을 걸으면서 데이트 한번 할까?!" 하며 "당신은 누구를 찍었어요?" 하고 물으니 남편은 단 답으로 "그냥 신뢰가 가는 후보를.." 한다. "난 지지한 후보를 말해 줄 수 있는데.. 당신은 비밀인가 봐?!.." 하며 반짝이는 은 사시 나뭇잎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 새 집 앞에 다 달아 대문을 밀고 들어서는데 기분이 최상이었다.
오랜만에 남편과 잠깐의 데이트도 즐거웠고 또,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권리행사에도 기꺼이 참여했으므로.. 휴일인 오늘은 참 행복할 것 같은 예감임에.. 오늘 점심에는 얼큰하게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어야 되겠네! 참기름을 듬뿍 넣어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