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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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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에 관한 추억(1)


BY 로미 2000-11-08


경석이랑 세라는, 번갈아 한 번씩 병원에 입원을 한 적이 있다.

그 때마다 또 한 번씩 사람 뒤집어 지게 놀래켰지만,

병원 생활 동안 나를 또 기절 시킨 사건이 만만찮게 있었다.

오늘, 마산을 지나다 파티마 병원을 봤다. 오래된 일이니만큼

쿡하고 웃음이 나왔다.

경석이가 구 개월 때, 한 밤 중에 갑자기 열이 펄펄 끓어 올랐

었다.

그 때는 서울 떠나서 처음 타지로 온 터라, 어디 어디 뭔 병원

이 있는지도 모르던 때였다.

남편이 전화번호부에서 응급실을 찾아 전화를 했더니 파티마로

가보라고 했다. 열이 40도 가까이까지 오른 아이를 안고,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길을 헤메어 병원엘 갔다.

장염이라고 했다.

-장염이,,뭐다냐?

-술도 안 마신 넘이 웬 장염?

무식한 부모는 먼일인지도 모르고 생전 첨 응급실 구경을 해야만

했다.

날이 다 밝도록 이것 저것 검사하느라 애 잡고, 우는 애를 안고

업고 달래느라 또 수십 번..

결국 입원을 해야 했었는데,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타향에서 교

대해 줄 사람 하나 없이 참 힘들고 서러워서 나는 울었었다.

그 때, 친정아버지가 서울에서 내려오셨었다. 엄마는 동생들 학

교 때문에 집에 계셔야 했었고, 마침 하시던 사업을 정리하셨던

아버지가 나를 도와 주신다며 내려 오셨을때,아버지를 뵙고 울

고 말았었다.

처음 과는 달리 희희 낙낙하는 입원 생활이 되었다. 아이는 물론

일주일이나 입원을 해야 했지만 같은 병실에 있던 애기 엄마들과

수다를 떨며, 친해지기도 하고 사실,,밥도 안하고 빨래도 안하고

주는 밥 먹어가며 하루 죙일 애만 보는 신세가 되고 보니..것두

참 괜찮았다. 그러나 남편은, 시집살이 아닌 시집살이를 살게

되었다.

아버지를 저녁 무렵 모시고 집에 가면 저녁을 만들어 대접해야

했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해야 했던 것이다.

어느 날,남편은 내게 투덜거렸다.

-찌개를 끓였는데 맛이 어떠세요?

했드만

-걍 먹어...

하셨다나?

나는 배를 잡고 웃었다..봐라, 시집살이란 그런 거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맛 없는 찌개를 사위가 차려주는 거라

할 수 없이 드신다고 했다.

그 때 남편은 시집살이 하는 마누라 심정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

었다고 했다.

그러 던 어느 날,

대낮에 옆 방 아줌마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상이

걸렸다.

저 앞 방에서 부터 갑자기 소란스러워 졌다.

-뭐예여?

-아니, 원장이 떳대요!

-아니 원장님이 대낮에 뭔일로?

그러면서도 갑자가 환자 침대에 널어 놓은 빨래를 걷는다,

먹던 간식들을 치운다 한 바탕 복도가 시끄러웠다.

간호사들도 뭔일이래..하며 분주하게 왔다 갔다 했다.

-아니, 원장님이 어디 오셨대여?

나는 고개를 빠꼼이 내밀고 물었다.

다들 모른다고 했다.

그러고 있는데 아버지가 휴게실에 가셨다가 어떤 아저씨랑 큰

소리로 얘기를 나누시며 오시고 있는 게 보였다.

-헉!

크크크...

알고 보니, 원장님은 서울 말씨를 썼었고, 또박 또박한 서울말씨

를 하는 할아버지(?)를 본 어떤 아저씨가 음성만으로 원장으로

착각하고 한 소리였대나?

소문의 주인공이었던 아버지는 무신 일이냐는 듯이 주위를 둘러

봤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웃고,어이 없어 하고, 한바탕 소란이

일었었다.

그렇게 일주일 후 경석이는 말짱해져서 퇴원했다.

아버지는 곧 이어 병원에서 옮은 눈병으로 안대를 하신 채,

서울로 가셨었다.

아버지가, 옆 방 아줌마에게 하셨던 말씀이 지금도 생각난다.

-내가, 딸 생각해서 여기 와 이러고 있지, 누구 땜에 와 있겠어

요?


흑흑. 아버지 죄송해여.

벌써 그것도 육 년 전 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