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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37

친구에게.


BY somjingang 2002-06-08

유월엔 내가

숲속의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유월

유월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유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
찬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연숙아, 생각나니?
이해인 수녀님의 '유월엔 내가'라는 시 말이야.
내가 편지를 쓰고 초록색 색종이에 따로 써서 부쳐주었던,
그래서 네가 누워있던 병실 그 침대 끝에 붙여두고
읽으며 외웠다던 그 수녀님의 시 말이야.

넌 푸르름이 가시고 단풍이 시작되던 초가을에 그만
네가 사랑하던 사람들 모두를 두고 떠나갔지만
유월을 맞은 난 내내 그 시와 그리고 그 시를 외웠다더 너를
그냥 지울수가 없구나.

가슴이 시려와서.

글도 쓸수 없었던 네가 언니를 시켜서 대필로 보낸
편지에 그렇게 ?㎨鄕?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버린 아카시아꽃타래'가
바람에 떨어질 때즈음엔 너도 그 꽃처럼 나비가 되어
어딘가로 가버릴것 같다고.

연숙아,
지난 오월엔 너의 결혼기념일이 있었던 달이었구나.
그리고 사월엔 봄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던 모습을
내가 얼마나 열심히 너에게 편지를 썼었던지...

그러니, 연숙아 봄이라고 꽃이피었다고 너에게
편지를 썼던 내가 어찌 너를 생각지 않을수 있었는지.

아카시아 꽃타래가 하얗게 날려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던날 ,연숙아,난 들었구나.
너를 대신하여 너의 아들과 너의 남편의 곁으로 온 한여자의 소식을.

네아들 그리고 네남편을 위해서는 잘되었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었는데 마음 한편은 왜 이리도 무겁고
아린것이냐!

연숙아, 분명 넌 그 모든것들 알고 있을것 같구나.
그리고 미소까지 지으며 고갤 끄떡여 네가 너무도 사랑하던
네아들과 네남편의 그 여자를 받아들이고 있을것 같은데
난 어찌해서 이다지도 쓸쓸하고 마음이 아프기만 하는건지
정말 잘 모르겠구나, 친구야.

유월이 와서, 숲이 유월의 이름처럼
유록색 나무들로 덮여서 더욱 그리운 내 친구야.

유월이 가기전에 너를 만나러 나도 기차를 타야겠다.
네무덤에도 가득 덮였을 유월의 흔적을 내 손으로 쓸어보고
내눈으로 보아야 겠구나.
네가 좋아했던 노란 후리지아 대신 노란장미를 들고
너를 향해 가노라면 내 가슴가득 노란 슬픔이 몰려오면 친구야,
그땐 맘껏 울어도 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