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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29) 어제, 오늘, 참 힘겨운 날!


BY 남상순 2002-05-31

어제 오늘 참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다.
엎친데 덮친다는 말을 이럴때 하는가보다.
오전에 속회 예배 드리고 들어오니 저녁에 T.D reunion과 돌 예배가 중복되었다.
나는 부목사와 돌 예배를 마치고 교회로 와서 합세하기로 하고
남편은 T.D reunion에서 메시지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오후4시 남편서재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달려가보니 남편이 서재 방바닥에서 꼼짝달싹을 못하고 진땀을 흘리고 있다.
무슨 일을 하려고 잠시 바닥에 내려 앉을려다 갑자기 요통이 온것이다.
단순요통인지 디스크에 이상이 온것인지? 아직 모른다.
요지부통 식은땀이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내내 이토록 아파할 수가 있을까?

수족처럼 곁에서 돕다보니 저녁 T.D reunion 시작 시간이 되었다
돌예배는 못가고 갑자기 메시지를 하라는데 기가 찬다.
전혀 준비 못한 채 내가 땜통을 해야 한다.

수진이는 이현이 데리고 친정에 갔다.
허둥지둥 교회 가서 메시지를 하고 집에왔다.
남편은 대소변도 받아낼 지경이 되었다.
황당한 밤을 보내었다.

오늘 아침에 이현에미가 병원에 간다고 했다.
유산끼가 있어 진찰하러 간다고 하더니 소파수술을 한 모양이다.
하혈이 심하고 상태가 나빠서 길병원에 입원했다고 연락이 왔다.
집안에 성한 사람이라곤 이현이와 나뿐이다.
하긴 나도 허구헌날 아프단말 입에 담지 않고 사는 훈련을 하고 있다.

오후엔 군에 입대한 아들 주영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현에미 입원소식을 휴대폰으로 알았고 아버지 문병 전화를 하면서 .

실은 주영이도 오늘 다리에 기부스를 했다고 한다
며칠전 다리를 다쳐서 인대가 늘어나 고생하다가
더 이상 버티질 못하고 기부스를 했단다.

우환의 그림자가 우리가족을 휘이익!~ 휩쓰는 기운이다.

이현에미 곁에 간호할 사람도 없이 혼자 있고
나는 에미 떨어진 이현이와 꼼짝 못하는 영감을 돌보고 있다.

이현이랑 영감이랑 잠든 시간에 잠시 컴을 토닥이고 있다.
내 삶의 여유로운 조각시간이다

이번 주일 대예배 설교를 부목사에게 맡겼다.
이런 일은 참 드문일이었다.
문병도 문병전화도 모두 삼가하고 있다.
전화받는 일도 분주하고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환자 두고 이현이 데리고 병원에 다녀오고 경황없이 하루가 가지만
그중에 제일 힘드는 일은 이현이 시중을 드는일이다.
손주랑 하루종일 지내는 일이 이처럼 힘든것을 미쳐 몰랐다.
아파트 앞 초등학교 운동장을 업고 돌다 들어오니 이제 겨우 잠들었다.
잘 먹지 않아서 마음 쓰이고 에미 찾으니 마음 아프다.

이런날이 그리 흔치야 않겠지만 어제 오늘 참 길고 긴 날이 지나가고 있다.

나 하나라도 질병에서 제외된 것이 천만 다행이고
감사할 조건은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너무나 많다.

계란처럼 삶을수록 단단해지는 내 특기가 유감없이 발휘되는 날이다.
힘겨울수록 강해지는 수니의 저력이 아직도 유효한가 실험할 기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