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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2


BY 녹차향기 2000-11-06

많은 분들이 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에 관심이 있으신 것 같아요. 물론 아주 중요한 일이고 우리에게 곧 다가올 일이기에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곱게 늙어갈 수 있는 지 다함께
아줌마인 우리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며 경험을 나누었으면
해요...

어제 말씀 드린 것 처럼 저희 시어머님 무척 부지런하세요.
제가 일어나기 전 조반을 준비해 놓으니깐 뭐 며느리된 입장에서
아마도 무척 송구한 마음에 그런 말을 했는가 보다, 행여 아부라고 짐작하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사실 저희 고부간처럼 심각하게 갈등을 겪은 고부도 찾아보기 힘들거예요.
왜냐면 저희 어머님이 삼십대 중반에 혼자 되셨기 때문에 자식이라곤 오직 저희 남편 하나뿐이시거든요.
흔히 말하는 홀어머님에 외아들의 전형적 모델이기 때문이죠.

얼마만큼 심각한 갈등이 있었는지는 이 이야기가 계속 되면서
자연히 조금씩 흘러나오겠지요.

부지런한 시어머님께선 요즘 향학열에 불타서 매일 주무시고, 식사하시는 시간 이외에는 꼼짝없이 앉은뱅이 책상앞에 붙어앉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부에 열중이시랍니다.
옆에서 누가 떠들어도, 두 개구쟁이 손주녀석들이 씨름을 해대도 듣지 못하시고 공부에 열중이십니다.
무슨 공부냐구여?
어렸을 적 배우지 못하신 것을 배우시는 중입니다.
한글이야 그럭저럭 배우셔서 쓰고 읽으실 줄 아시지만 좀 복잡한 받침이나(한글의 우수성 못지않게 한글은 또 어렵잖아요..)
표준맞춤법대로 잘 쓰고 읽는 것을 요즘 학원을 다니시며 열심히 배우시고 계신답니다.

학원엔 주로 같은 연령대의 할머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강좌제목은 바로 '주부교실'이랍니다.
조반을 일찍 지어놓으시고 부지런히 가시는 곳이 바로 이곳이랍니다.
나하고 비슷한 세대를 살아왔고 그랬기 때문에 배움을 더 할 수 없었던 설움을 동료의식으로 얼마만큼 자녀를 키워 사회로 내보내신 이 땅의 훌륭하신 '어머니'들이 모이셔서 함께 공부를 하시는데 그곳에 가면 다함께 나어린 학생들이 되어 자녀뻘되는 강사를 '선생님, 선생님'하고 따르시며 열심히 배우시고 계신답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이런 것을 포기하고 싶잖아요.
복잡하게 무얼 외운다든지, 반복해서 같은 일을 해야한다든지,
집중해서 몇시간씩 수고를 들여야하는 일이 싫어지는 법이건만
(전 이젠 아들 수학공부 가르치는 게 골머리 아파서 포기하려고 했었어요... 요즘 초등학교 5,6학년 문제가 넘 어려운 것 아시죠? 수학경시 대회 책을 좀 보세요.... @.@;)

어쨌든지 시어머님께서는 오전을 충분히 학원에서 보내시고
돌아오신 다음에 부지런히 점심식사를 하시고(이때 식사만은 제가 정성껏 차려드리는데...) 다시 책상에 앉으셔서 열심히
글씨체를 다듬으시고 국어책을 거의 토시하나도 빼놓지 않으시고
옮겨적으신답니다.
팔에 근육통이 오고, 등허리가 저릴 정도로.

이렇게 종일 공부하시는 할머니가 계신데 아이들이 놀 수
있나요?
지들도 공부를 마땅히 해야하는 학생인데...
애들도 할머니에게 질세라 책상에 앉아 영어테이프도 듣고,
수학 학습지도 풀고, 피아노 숙제도 하고, 또 틈틈히 해리포터
책도 마스터해내고 있어요.

얘기가 너무 길어지면 지루하시니깐,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요.

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의 2일째 요약:
그러니깐
나이가 들었다고 무어든 배우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되요.
우리 나름대로 하고 싶었던 일, 앞으로 할 수 있는 어떤 일,
배우고 싶었는데 놓쳤던 어떤 일이 있을거예요.
그걸 시작해 보는 거예요.

우리도 늙어갈테니깐요.
조금 더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