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남편과 바람쐬러 나갔다.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 가려고 했더니 남편이 가보지 않은곳에
가자며 정선쪽으로 행선지를 정해 놓고 중부 고속도로를 달리
다가 다시 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한참을 달렸다.
주변에 보이는 나무는 아직 단풍이 물들어 있었고 노란 은행잎
도 아름다워서 아직 가을은 우리곁에 머물고 있다는것을 알게
했다. 여보 나오길 잘했네 , 이런 말들을 주고 받으며 목적지를
향해 가다가 어느 동네에 들어 가니 먹거리 마을 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는데 대구 머리찜이라는 간판이 제일 많이 보여서 이
동네의 맛자랑은 대구 머리찜인가 하고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
갔는데 손님은 한명도 없고 중년의 부부가 우리를 맞았다.
대구 머리찜을 주문하고 신문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까 주인 남자
가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남편이 서울에서 왔다고 대답을
하면서 정선에 가려면 어느길로 가야 하느냐고 물으니 길을 가르
쳐 준뒤 이말 저말을 어찌나 큰 소리로 말하는지 귀가 아플 지경
이였다. 말할 상대가 없어서 심심 하던 차에 남편이 물으니까
마침 잘됐다는듯 이야기를 계속 하는데 나는 조용히 있고 싶었
고 또 너무 쩌렁 쩌렁 울리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나를 질리게
하고 있었다. 남편과 눈을 마주치면 그만 말 하라고 신호를 보
내려 했는데 눈치 없는 남편은 나를 보지도 않고 계속 아저씨만
보며 대답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어린 꼬마가
아빠 하면서 들어 왔다. 나는 주위에 아이가 부를만한 사람이
중년의 아저씨 밖에 없는데 누구를 보고 아빠라고 하나 하고
둘러 보았는데 뜻밖에도 남편과 얘기를 나누던 오십대 아저씨가
대답을 했다. 아줌마는 나보다 몇살 연하 인것 같았지만 다섯살
쯤 되는 꼬마의 아버지 치곤 너무나 나이가 들어서 이상 하게
생각 됐다. 기다리는 동안 대구 머리찜이 나왔는데 서울에서
먹던 것보다 구수 하고 머리가 꽤 컷다. 서울에서는 대구 뽈찜
이라 부르는데 여기서는 대구 머리찜이라 했다. 반찬은 물김치
와 배추김치 부추김치 뿐이였는데 찜이 둘이 먹기에 양이 충분
해서 다른 반찬은 필요가 없었다. 물김치를 한수저 맛을 보고
다시는 떠 먹지 않았다. 당원을 넣었는지 너무 달아서 비위에
맞지 않았다. 찜은 맛있게 먹고 커피는 타서 마셨다. 주인 아줌
마가 묻지도 않는 말을 했다. 아이를 예쁘다고 받아주며 키웠더
니 너무 버릇이 없다고 변명을 했다. 왜 그런 말을 하냐면 아까
그 꼬마에게 오늘 태권도장에서 뭘 배웠느냐고 늙은 아빠가 물
었는데 꼬마의 대답은 응 , 오줌 . 응 머리카락 하면서 키득 키
득 웃었는데 우리 부부 보기가 민망 했던것 같았다. 늦게 낳아
키우는 재미에 아이를 너무 응석 받이로 키운것 같았다. 형은
없나요. 하고 내가 무심코 물었는데 머뭇거리며 대답을 피했다
아마도 사연이 있는 부부 같았다. 남의 일에 신경 쓸 필요가
없을것 같아 더 이상 질문은 하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차를 타
고 정선군 임계면 가목리를 향해서 출발 했다. 큰길에서 달리다
휴게실을 지나자 가목리 라는 안내판이 있어서 한참을 달리니
비포장 도로가 나왔다. 이길이 맞나 모르겠다고 궁시렁 거리며
앞을 보니 저 멀리 지붕위에 햇살에 번쩍이는 항아리가 보였다
주변에 얕으막한 산이 멀리 둘러져 있고 넓은 마당엔 항아리가
가을 햇살을 받고 외롭게 늘어서 있었다. 마당 한쪽에는 공연을
위한 장소인듯 무대 비슷하게 꾸며져 있고 사람은 보이지 않고
항아리가 반기고 있었다. 집 뒤쪽은 개울도 있고 주위는 고요 했
다. 여기서 그 유명한 부부가 살고 있구나 하며 음악을 듣는다는
된장 항아리가 새삼 새롭게 느껴졌다. 음악 소리를 듣지 않아도
자연의 움직임을 느낄것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 스님이신 남편과
음악인인 아내가 엮어가는 생활은 어떤 것일까 , 혼자서 궁금해
했지만 주인은 출타중이신지 아래층에 관리인인 듯한 남자가
혼자 있었다.
고추장은 시누이가 보내준것이 많이 있고 된장도 남아 있어서
기념으로 국간장을 한병 샀는데 가격은 이만원이였다. 옛날에
내가 담은 간장은 오래 묵어서 그런지 너무 검다.
한바퀴 주위를 돌아보고 심호홉도 하고나서 다시 차를 타고 그
곳을 떠 났다. 산은 이쪽 저쪽이 달라 보였다. 어느 산은 가을
빛이 남아 있고 또 다른 산은 겨울 산처럼 줄기만 보이는 나무
도 있어서 똑 같은 계절이라도 나무는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스님과 첼리스트는 만날수 없었어도 그가 사는 곳
의 공기는 마시고 돌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