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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18

느림이 좋다고 생각해 봤어요


BY 얀~ 2002-05-25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되세요.
은행에도 다녀왔으니,
이젠 밤 9시까지 혼자 널아나기해야겠네요

감자꽃도 피었어요.
넝쿨장미보단 시선을 못잡아도...

그럼 또 뵈어요^^*

얀~이의 방으로 놀러오세요^^* http://my.netian.com/~dsy67/index.html..클릭하세요
좋은 글과 음악 그리고 풍경과 태그 올려주세요^^





느림이 좋다고 생각해 봤어요
사진은 http://panfocus.com/에서 가져왔습니다.



    제목 : 느림이 좋다고 생각해 봤어요

    자는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남편이 벌떡 일어나 전화를 받더니 급하다고 그러더군요.
    시골 두마지기 안되는 논에 물을 대고,
    거름도 줘야 한답니다.
    후다닥 일어나 함께 갔습니다.
    숫자가 적힌 비료포대 두개를 가져갔습니다.
    발바닥이 약해 모래를 맨발로 밟지 못합니다.
    논에 들어갈 엄두도 못내고요,
    논둑길을 걷는데 자꾸만 균형을 못잡고 그랬습니다.
    맨발인 남편이 부러웠습니다.
    맨손으로 뿌리는 남편을 따라 논둑길에 서서
    면장갑을 끼고 뿌리는 시늉을 했습니다.
    사실, 농사를 거들어본 적이 없으니 남편이 그럽니다.
    넌 논에 막걸리마시러 오는 거지라고요.

    바로 옆 냇물에는 작년에 키를 높였던 억새가 갈색옷을 입고 있었고요.
    아래로는 억새가 숲처럼 무성하던걸요.
    아침 햇살을 받아 그 숲이 보기 좋더군요.
    논둑의 낮은 풀들마다 이슬이 맺혀
    서서히 신발을 적셔오고, 결국 양말을 적셨지요.
    억새숲이 여자라면 그 옆에 손을 내밀고 인사하는 나무
    그건 남자 같았지요.
    신사가 바람에 일렁이며 수다를 떠는 모습에 윙크하는 그런.
    뻐꾸기는 이쪽에서 울면
    받아서 저쪽에서 울며
    합창을 하고요.
    높은 플릇 음으로 우는 새와
    냇물 흐르는 물소리까지 그렇게 어울어져 살고 있었습니다.

    오는 길에 당숙과 숙모집에 들렸습니다.
    남편이 얼마전 당숙과 싸움이 있었습니다.
    윗 서방님이 잘 못을 저지르고,
    남편이 뒷감당하지 못하던 부분,
    아래 서방님의 땅이 윗 서방님 명으로 되어있었고,
    경매때 당숙님이 잡았습니다.
    남편이 따라다니면서 잡도록 도와드렸습니다.
    경매에 잡힌 땅보다 남아 있는 땅이 있기에 말입니다.
    그런데 당숙님이 욕심이 생기셨는지,
    전부를 가지시려고 합니다.
    남편이 잘 못은 형이 했지, 동생이 했느냐고 따졌답니다.
    그럼 남편이 공유자로 있는 곳은 절대로 도장을 안찍어주겠다면서요.
    싸움을 했어도 인사는 해야 한다는 것이 남편의 말이었어요.
    그래서 들판을 바라보며 오다가
    논에 계시던 당숙과 당숙모에게 인사를 했지요.

    오늘 길에 젊은 이장님을 만났지요.
    눈인사를 했고요, 반가웠지요.
    사실 남편보다 젊은 이장님을 먼저 알았고,
    은행나무집 이장님 또한
    산행시에는 꼭 뒤에 쳐서 함께 동동주를 마시던지,
    막걸리를 마시던지,
    그렇게 보낸 젊은 시절에 박혀있으니까요.
    시골에서 인사를 하려면 투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세련된 도시의 말보단 사투리 억양, 느림이 좋다고 생각해봤어요.
    안녕하시유, 별이 ?좋痔?이렇게 말이죠.
    포근하고 편안함이 담겨 있으니까요, 여유가 생긴 듯합니다.
    논둑을 나오면서 당숙과 당숙모에게 인사를 했지요.
    고생하세유~.

    일도 해본 사람이 한다구유, 암나 흉내를 내겠시유.
    난 흉내를 내보려고 해도 안되두만유.
    어렸을적에 논둑길을 걸으면 친구들은 저만치 앞서 가는디유,
    난 걷지를 못했지유,
    풀이 밟힐까봐 개구리가 튀어오르고 곤충들이 맨살에
    부디치믄 까물어치듯 놀랐거든유,
    아무래도 전 시골에 가믄 할 일이라곤
    일하시는 분들에게 인사나 하구유, 가시는 분 잡구
    술 권하는 것,
    막걸리 마시구 가세유~,
    이말 밖에는 잘 하는 것이 ?졌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