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밤에 일하는 여자다.
물론 남자와 일한다.
밤새도록 함께 지낸다.
대학병원 응급검사실은 밤에 더 바쁘다.
밤근무 시작한지 한달이 다 되가는데 아직도 낮에는 깊은 잠을 들지 못하고 뒤척거리게 된다.
노루잠 자다가 개꿈 꾼다고....
아이 유치원에 보내 놓고 설핏 잠이 들었는데 디따도 망칙한 꿈을 꾸었다. 깨서 보니 정오가 막 지났기에 다시 꾸역꾸역 잠을 청했는데 아까꿈의 연장에 더더욱 말도 안되는 짓을 하고는 제풀에 놀라서 또 깨어났다. 꿈속의 남자는 오늘밤 같이 밤 근무 들어가는 나XX선생...
아직 오후 한시...다시 잠을 청하고 겨우 잠이 들었는데 역시 비슷한 꿈...거의 변태 포르노 수준이군...
그리 친한것도 아니고 평소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던건 더더욱 아니고...특히 그 남자 결혼 후 둘째아이를 갖고 부터는 머리도 한층 넓게 벗겨지고 배도 더욱 나온 것이...나의 스타일은 결단코 아닌데...
낮잠을 접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는 멍한 머리로 근무에 들어갔는데...
나선생 얼굴보기도 민망하고 공연스레 가슴이 두근거려서 함께 일을 할 수가 없다.
새벽한시가 넘어 교대로 두시간씩 쉬는 시간이 되었다. 낮에도 잠을 못자서 머리속에서는 징이 울리는데 막상 여자휴계실 라케에 누우니 눈만 말똥말똥하다. 병원생활 8년만에 쉬러 들어가면서 휴계실 문을 잠가보기는 처음이다..
에이 설마~~ 덥치기야 하겠어? 그러구 다시 문을 연다
그래도 모르는 일이지 싶어서 다시 문을 잠갔다.
혹시 휴게실에 일이있어 들어왔다가 문이 잠겨 있으면 이상하게 생각할꺼야... 한두해 같이 일한 사이도 아닌데 싶어서 화날지도 몰라!그래! 덥쳐보라지~~겁날게 뭐있다구 그러구 문을 열고는 누웠다.
뱃속이 좀 간질간질했지만 눈을 막 감으려는 찰라에
어?
발자국 소리!!
이건 분명히 나선생 신발소리...
이쪽으로 오는 발소리...
가슴이 콩딱콩딱...내가 누운 방 바로 문앞에서 발소리가 멈추었다.
허걱!
"새임요. 와그카는데예? 문이 고장났나비네 예..?"
아뇨...아니 예 ...
저 잠 안오는데 나선생 먼저 쉬세요....
오늘밤은 나선생 푹자게 해주고 난 밤새 좀 피곤 했다가 내일 낮엔 좀 깊게 잠들어야겠다.
베개를 바꾼 탓일까?
궁시렁궁시렁...벌써 새벽 세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