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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와 다슬기와 산딸기....


BY 물빛갈매기 2002-05-25

아침에 산에서 느꼈던,
찔레꽃의 그 향기로움이.
아직도 내 코 끝에서 맴돌고 있는데..
왜,
이렇게 잠이 오지 않는지...
옛날,
어린시절 시골에서 자라면서,
우리집은 누에를 키웠었다.
지금쯤 누에가 뽕잎 먹는소리는,
여름철 소나기 쏟아지는 소리처럼..
쏴~~아~~~사각 사각....
얼마나 시원스럽게 먹어치우는지..
하루하루 쑥~쑥 자라는 누에는 꼭 한달은 자라서.
새하얀 실로 온몸을 감싸고 숨어 버린다.
그 한달을 우린 뽕잎을 따다 주느라 밤잠을 설쳐야 했다.
우리가 자란 시골에는 다슬기가 유난히 많았다.
그런데 다슬기가 꼭 누에 키울때가 젤로 맛이 있는 시기다.
열심히 다슬기를 잡아오면 엄마는...
누에가 집을 지을때는 다슬기를 먹으면 안된다고
우리집에서는 금기 식품이 되고 만다.
잡아다 놓은 다슬기도 남들한테 주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그시기에는...
왜 그런지..
무슨 근거로 그러는지 지금도 의문투성이다..
또 하나 금기사항..
야산에 많이 나는 산딸기..
덤불로 쭈욱 나가면서 조롱조롱 달려있는 산딸기가..
또 그때가 제철이다.
그치만 우린 그 딸기를 먹으면 큰일난다..
누에고치에 붉은 물이 들어서 상품가치가 떨어진다고..
우린 그것도 못먹었다..
참 그때는 왜 그랬는지...
그래도 어른들이 그러지 마라고 하면 정말 그런줄 알고서,
우리는 안먹었었다..
요즘 같으면 그런게 어딨냐구..
그냥 먹었을텐데..
우리는 참 순진했었는지..
아님.바보스러웠는지...
그렇게 자랐었다..
지금은 누에도 안 키우고,,
산도 많이 우거져서 딸기도 옛날처럼 따 먹을수도 없지만...
다슬기도 물이 오염되기도 했지만,
외지사람들이 싹쓸이로 인해서 지금은 씨가 말라 버려서..
자취도 없이 사라질 지경에 이르렀지만..
그래도 지금 이 계절이 되면...
찔레꽃이 유난히 하얗게 피고,
은은한 찔레꽃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이 되면...
그 때 찔레꽃을 따먹던 기억이 난다..
그래 옛날 그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지금의 나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갈수 있을까??
맘껏 웃으면서 그렇게...
살아갈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