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우리집에서 제일 먼저 아침을 여는 사람은 나다.
그렇다고 무지하게 일찍 일어나는건 절대 아니다.
아침 6시 30분에 알람시계처럼 어김없이 눈이 뜨이고
아직 한시간씩이나 여유가 있음을 행복해 하며 다시 꿀잠 속으로 빠져 들어
7시 20분 즈음에야 부시시 일어 난다.
그래도 다섯식구 중에 내가 가장 일찍인거다.
야행성(?)인 남편은 모든 열정을 밤에 쏟아 부어 아침엔 늘 흐느적거리고...
아이들 셋은 으례히 엄마가 깨워야 일어나는 걸로 몸이 인식하고 있는지 그야말로
한밤중....
나는 첫째아이에게 요구르트를 주며 작은 목소리로 아니 속삭이듯
"마시고 일어나 세수해..."한손으론 탱탱한(?) 엉덩이를 톡톡톡!!!
그러곤 나의 하루 일과중 가장 중요한 업무를 치루어 내는 씽크대에 선다.
그리곤 바쁜 손놀림이 무색하게
지극히 간단한 상(밥,저녁에 먹던 국,김치, 계란후라이)을 차리고
첫째 아이 먹이고 바이바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
둘째 셋째 아이 깨워서 씻기고 입히고 묶고 바르고 먹여서 유치원 버스 태워서
또 바이바이~하고 집으로 들어온다.
에구 마지막 제일 늙은 아이...우리집 유일한 남자를
신문 부시럭 소리, 이불장 여닫는 소리, 창문 열어 젖히는 소리, 커피타는 소리...등등의
효과음으로 잠을 깨운다.
이 남자가 출근을 해야지 내자리가 여유롭고 평화롭고 행복해 질테니깐....
간절하지만 조심스레...
내가 너무 행복해하면 이 남자 자기도 같이 앉아 있고 싶어 하니까...
절실하지만 태연하게...
이 사람은 그래도 자기가 할일은 스스로 한다.
그래서 쬐끔은 예쁘게 봐줄만 하다.ㅎㅎㅎ
아침도 늘 드는둥 마는둥이다. 오전 10시 30분...나는 자유다...
앞으로 4시간은 나의 의지대로 메울수 있다.
적어도 이번주까지는...
그래 먼저 음악으로 그것도 내가 사랑하는 김광석의 걸로 이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열어 젖힌 창문 사이로 한껏 따뜻한 햇살을 맞이하고
컴퓨터에 앉아서 이렇게 두들겨 보자...
그리고 때론 이렇게 먼지가 되어 날아가
바람에 날려 그렇게 내자리를 떠나 보자.
오늘만큼은
나의 전용물인 청소기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단 하루도 만나지 않을 수 없어 정이 한껏 배어 있어 동화속 친구같은
씽크대 위의 그릇과 냄비와 칼과 도마....그냥 휴식을 주자.
나는 오로지 나 혼자로서 행복하고 즐거운 자리에 앉아서
이렇게 차를 한잔 하자.
결코 영원할수 없는 이 시간일지라도 나는 지금 행복하다.
첫아이 귀가와 더불어 학원대신 내가 맡은 예복습 지도및 간식챙기기가
나를 분주하게 만들지라도 나는 지금 여유롭다.
다섯살배기 쌍둥이 녀석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껑충껑충 뛰어 안기기가
날 휘청하게 만들지라도 나는 지금 에너지가 넘친다.
나는
매일 똑같은 그래서 숨막힐것같은 일상에서 지금 자유롭다.
정신적으로 자유로워진다는건
나혼자만의 자리에 앉아본다는건
이런걸거야. 이런 느낌일거야.
한없이 가벼우면서도 탄력적이고 충만하며 여유로움....
아내라는 자리
엄마라는 자리
며느리라는 자리에 앉고 나서 근 10년만에 가지는 여유와 자유의 시간인거다.
근데...
조금 불안하다.
이 자리가 이렇게 유유자적할 수 있는 자리가 결코 아닌듯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