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처음 맞는 나의 생일이었다.
근사한 저녁과 멋진 선물, 빨간 장미 한 다발을 상상했던 나에게 남편이 준 선물은 정말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었다. 몇 칠 전부터 생일이라고 노래를 불렀건만 워낙 무딘 남편은 그만 내 생일을 깜박했던 모양이다. 그 날 저녁 내내 우울한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남편은 급기야 처제의 전화를 받고선 내 생일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부리나케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더니 한 시간이 지나서야 비닐 봉지 하나를 손에 들고 집으로 왔다.
남편은 비닐봉지에서 초코파이와 샴페인을 꺼내어 놓고 너무 늦어 제과점이 문이 닫겼더라며 나의 눈치를 살피기에 바빴다. 하지만 나는 결혼하고 처음 맞는 초라한 생일상이 너무도 싫었다. 초코파이와 샴페인을 앞에 두고도 나는 계속 무표정의 시위를 벌였고 미안함을 거듭하는 남편의 모든 행동들이 그저 얄밉기만 했다.
얼마 후 남편은 주머니에서 하얀 봉투 2장을 나에게 내밀었다. 생일 선물이라면서.....
근데 이게 뭔가! 한 장의 봉투에는 돈이, 또 한 장의 봉투에는 즉석복권 두 개가 들어 있는 것이었다. 갑자기 나는 웃고 말았다. 시간이 너무 늦어 생각했던 것이 지하철 역이었으니 자기의 성의를 봐서라도 받아달라며....
"혹시 알아 생일이라 대박이 터질지"하는 말까지도.
대박은 터지지 않았고 그 대신에 내가 받은 선물 중 돈 오만원까지 남편은 빌려간다는 명목하게 이튿날 가져가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7년이 흘렀다. 아직 빌려 준 돈은 돌려받지 못한 채..
생일날에 받은 즉석복권 한 장, 비록 남편의 바램대로 대박은 터지지 않았지만 세월이 훨씬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대박은 우리가 가진 두 아이와 갈수록 쌓여가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