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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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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에서의 추억


BY 샤인 2000-08-18

먼저 프레시오님께 감사드려요.
정동진 사진을 그렇게 멋진 그림으로 보여주시니...
제가 지난봄에 다녀온 정동진이 생각나는군요.

우리는 가족들 품을 벗어나 자유로운 몸이 되어
친구들과 셋이서 동해로 떠났다.
설악의 콘도에 여정을 풀고 달려나간 동해바다.
2박3일의 여정내내 비가 흩뿌리기도 하고
바람은 차가워서 옷깃을 여미게 하는 날씨

그러나 우린 마냥 소녀들처럼 들떠서
탄성을 자아내며 신바람이 났다.
도착한 첫날 이미 날은 어두워졌는데
속초해수욕장의 모래사장위를 걸어서
바람에 묻어오는 바다 내음을 마시며
그렇게 파도와의 만남에 흥분하고 있었다.

다음날
두 친구는 이미 가 봤다는 정동진을
처음 가본 나를 위해 함께 다시 달려서 도착했다.
두 친구가 다시 가고싶지 않을만큼 그곳은
상혼으로 어지러웠다.
유명해진만큼 장사꾼들이 즐비해서
동그마니 서 있는 모래시계 소나무가 더 초라한 모습으로
그렇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수학여행 온 교복입은 학생들이
정동진 바다의 모래사장을 뒤덮고
세차게 부는 바람에 파도는 하얗게 포말을 일으키며 내달려 오는데
그저 몸을 움츠리느라 정신이 없다가
저만치 보이는 선상까페에 눈길이 갔다.
산위에 불안하게 기우뚱 넘어질듯 서 있는 선상까페
겉에서 보기에도 환상적이었다.

얼른 차를 타고 내달려 그곳으로 가서는
넓디 넓은 실내로 들어서니
원형창가에 자리가 다행히도 남아있었다.
그곳에 앉은 순간
우린 감탄으로 가슴을 꼭 끌어안아야했다.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산에는
막 새순으로 돋아난 나무들이 연초록의 물감으로 풀어져있고
저만치 보이는 정동진 바다는 출렁이며 한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곳에 흐르는 음악은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던
잔잔한 감동을 주는 그런 음률로 우리의 감정을 더이상 어찌해 볼 수 없도록
그렇게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추워서 떨다가 휴식을 취하게 된 그 창가 테이블에
날라져온 카푸치노 한잔은
이세상 어떤 맛보다도 더 부드러운 맛과 향기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정동진에서의 추억으로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