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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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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아침


BY baada 2001-04-18

백조보다도 더 우아하고 빛나게 피어났던 목련도 지고
사월의 신부처럼 화사하게 만발했던 벚꽃들도 아아아 져 날렸고
모두가 사월속에 시나브로 묻혀갑니다. 이렇게 조금씩 나의 인생도 날리는 꽃이파리처럼 날려 사라져가겠지요.
아침, 창으로 들어오는 투명한 햇살을 맞으며 참 덧없구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왜 이렇게 막연한 허무가 밀려오는지...... .
느티처럼 그렇게 오래 삭혀진 신앙은 아니라도 내겐 기댈 하느님이 계시고, 날선 칼이 부딪치듯 쨍쨍 소리나게 싸워대도 그래도 저 남자밖엔 없지하며 순하게 묻혀살리라 생각하는 마흔살된 우리 남자도 있는데 어디 그 뿐입니까. 햇살처럼 맑고 환한 우리 딸, 효녀 심청이도 있고, 하느님보다도 더 위대하게 생각하며 볼부비며 달겨드는 든든한 아들녀석도 있는데 왜 이 봄 아침, 나는 막막한 두려움에 휘청이는 걸까요? 누가 그러더군요. 사십고개를 넘는 두려움이라고도. 정말 그럴까요? 연초록빛 새순 이파리를 나부대는 나무들의 싱싱함에 어쩌면 내가 주눅들어 버린걸까요?
아닙니다. 정말 그런건 아닙니다. 나는 나의 병을 알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곳간 열고 들여다보니 그곳엔 허물어져간 청춘과 타성에 찌들려 슬어버린 곰팡이와 나뒹구는 추억의 금간 얼굴조각과 내가 아직도 밟고 선 주저함의 지푸라기들... 그때문입니다. 나의 병명은 너무나 분명한 그 탓입니다.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합니다. 아직은 사십도 덜된 나의 청춘과 그래도 내 가슴속을 빙그르 맴질하는 시어들의 몸짓과 샘솟는 사랑 그리고 지식에의 욕구가 남았음을...... . 그러기에 나는 아직도 먼길을 떠날 채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사월은 아직 많은 생의 이야기를 내게 들려줄 것입니다. 그것을 놓치지 말아야 겠습니다. 이 아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