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와 나와 상윤이와(우리 엄마에겐 외손주) 영화를 보러갔다.
이렇게 다른 세대끼리 영화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있는 일이였다.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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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할머니와.
철딱서니 없는 딸과.
도시 외손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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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적에 살았던 산골집과
내가 넘어 다녔던 산길과
내가 어린 눈으로 보았던 산골 풍경이
실제로 나타나서 내 손아귀에 잡힐듯했다.
나뭇잎의 초록향기가 코를 스쳤고
흙 먼지나는 버스 뒷꽁무니가 얼굴를 막게 했고
이름모를 들꽃과 풀잎이 가느다란 종아리를 건드렸고
세월의 골이 깊에 흐르던 외할머니의 모습이
날 수시로 웃게 울게 했다.
친정 엄마도 의자를 때리며 웃으시다가
연실 눈물을 훔치곤 하셨다.
고향이 도시인 상윤이는 웃다가 몸을 비뜰다가
영화 중간부분쯤엔 화장실까지 갔다오곤 했다.
재미있었다.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가 눈물이 나와서 휴지를 꺼내곤 했다.
한많은 인생을 사신 친청 엄마.(친정 아버지가 병으로 일찍 돌아가셨음)
잔소리가 많았지만 억척같으셨던 외할머니.(유년 시절에 외할머니 밑에서 컸음)
버스만 지나가면 흙먼지를 뒤집어 써야 했던 강원도의 비탈길(영화의 배경도 강원도 산골임)
소낙비가 순식간에 내렸다가 해가 반짝나던 거짓말같은 여름날.
이 영화의 계절은 한여름이였다.
햇볕에 그을리고 바람에 거칠어진 산골 아줌마들도 영화속에선
빼 놓을 수 없는 양념이였다.
무족건 한쪽으로만 달리는 미친소.
점박이 개.
딱정 벌레 한마리.
무서운 뒷간.
나도 그랬다
밤에 화장실 가기 무서워서
할머니를 뒷간문 앞에 세워 놓고선
볼일을 보면서도 "할머니? 할머니?" 연실 불렀던
내 유년의 모습을 영화속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강원도에선 호야라 불렀던 호롱불빛이 창호지문에 은은하게 스며들 듯
도시에서 자란 외손주의 가슴엔 할머니의 따스한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스며들었다.
바늘귀를 꿰주던 외손주는 도시라는 집으로 떠나가고
할머니는 자신의 허름한 집으로 까만 고무신을 신고 걸어간다.
외손주가 그려 준 그림엽서를 한 손게 꼭 쥐고서...
도시에서 살고 있는 상윤이는 모른다.
그러나 엄마와 난 잘 안다.
거시기가 찢어지게 가난했다는 것을
고생 바가지를 머리에 이고 살았다는 것을...
그래도 추억이 되어 친정 엄마와 나를 웃기고 울렸다.
거시기에 털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