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의 깨끗하고 선명함은 사람의 마음을 기분좋게 만든다. 하루를 비의 장막으로 드리우더니 오늘은 파아란 하늘이 너무나도 선명해 수채화 물감 풀어놓은 듯 아름답기만 하다. 바람이 불면서 아카시아 향이 코끝을 스친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던가. 엄청난 폭풍우가 물밀듯 밀려와 자칫 난파될뻔 했던 4월. 나는 그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었다...내 삶도, 가정도.... 이제 지나간 자리에 깊게 골이 패인 채 지금은 평온한 상태이다. 산다는 것은 정말 무엇일까? 꼭 가슴을 옥죄는 그런 고통들을 겪어야만 하는 것인지... 굴곡없는 삶이 없다고들 하지만 조물주는 왜 이런 시련들을 내게 주시는지 모르겠다. 그냥 평?한 삶속에 무미건조함이라도 좋으련만 정말 이런 시련은 싫다. 힘듦의 결과가 참 많았다. 살도 많이 빠지고 얼굴의 윤기도 사라지고 눈도 침침하면서 가슴도 많이 아프다. 모든 것이 신경성이다. 서로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가고 있는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든다. 부부란 바라 보이는 한 방향을 향해 나란히 가야할 사이인데... 방향이 틀리니 부대낌이 있을 수 밖에...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그리고 사랑하면서 살아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 부부든 그 방법론과 정답을 알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부부사인가 보다. 그이가 일을 그만둔 지 2년 옆지기로 살면서 비위 거슬리지 않도록 무던히도 노력을 했다. 자신을 자책하면서 마셔대던 알콜이 정도를 넘어서고 말았다. 급기야 병원까지 가야 할 정도로... 신이 내려주신 내 몫이 힘들어 정말 여기에서 모든것을 끝내고 싶었다. 병원으로 남편을 입원시키고 누렸던 잠깐의 자유가 난 왜이리 좋은지, 왜이리 편안한지..... 죄많은 아낙이라 손가락질해도 할말은 없다. 정말 편했으니까... 일주일간의 치료로 이제 돌아와 안주해 있는 그를 보면서 그래도 역시 그의 옆에는 내가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모든 것이 그이에 대한 내 사랑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 모든게 내 탓이로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내 사랑을, 내게 남은 사랑을 그이에게 모두 주었다면 이런 고통이 없었을 것을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잠시의 고통과 시련으로 많이 힘들어 했던 바보같은 나에게... 조금만 더 나를 감싸주면 좋았을 나의 남자에게... 앞으로 정말 행복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각인시키고 싶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기 전에, 내가 스스로 행복해지기 전에, 누구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없다는것... 그 주체가 바로 나라는 것을... 하루종일 내렸던 봄비 속에 나의 모든 시련과 고통이 씻어 내려 갔으리라.... 선선히 불어오는 5월의 상큼한 바람에 파아란 하늘 수놓던 구름이 부드럽게 풀어지고 있는 그림같은 날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