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를 틀고 채널을 움직여 본다.
날아라 새들아~~~ 푸근 하늘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아~! 어린이날 이었구나.
맑은 목소리의 노래를 커다랗게 따라 불러 본다.
어린아이처럼 큰 목소리로.
오염된 목소리.
내게서도 저렇게 맑은 소리가 나왔던 시절이 있었겠지.
두소절째를 따라하는데,
시큰해지던 콧등이 끝내 흐려뜨린 시야때문에
길옆으로 차를 세운다.
난 도대체 어찌된 여자야?
화장지로 감싸쥔 코밖으로 세게 바람을 내밀고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심사에 어안이 벙벙하다.
길옆의 잡초에게까지도
오월의 햇살은 눈부시다.
적기에 내려준 비를 맞은 길가의 벚나무들이,
잎을 어느새 수북히 달고서
꽃피던 시절의 화려함을 아쉬워하다,
지나가는 바람에게 좋았던 시절 얘길 들려 주고 있다.
커다란 트럭이 포크레인을 싣고 지나가고,
벌써부터 밭고랑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할머니는
없는 새벽잠과 실갱이하다 차라리 일찌감치 나오신게다.
도로 가운데쯤 치어 죽은 짐승을 피해 오다
절대 넘지 말라는 황색 실선을 넘으면서
우리네 사는 삶을 겹쳐보며 너무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가끔은 보지 말아야 하는것도 보고
겪지 말아야 하는것도 겪으며,
절대 해서는 안될일도 어느새 하고있는
자신에게 놀라고 실망하면서,
또,
살고 있는 삶.
벚나무의 길이 끝나고 하얀 꽃나무 길이다.
"너도 밤나무"
잎이 유난스레 반짝이면서 눈같은 꽃을 잔뜩 매단게
벚나무보단 행복해 뵌다.
"나도 밤나무"보다는 욕심 없어 보이는 이름.
금강의 지류인 정안천이 넉넉한 수량(水量)으로 흐르니
보는 내맘까지 넉넉하다.
시내로 접어드는 교량진입로가
평상시보다 한산한게,
모두들 가족 나들이 떠난것 같아서,
한번도 함께 동행 하지 못하고 늘 고모들틈에
끼워 보냈던 내아이들이 다시 어린이가 되어
가슴에 끼어든다.
아침운동을 마치고 산성(山城)공원에서 내려오는
아줌마들의 발걸음이 한결 여유로워 보이는 일요일.
어린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모습이
더 그런것 같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세상~~!"
차를 가게앞에 대고 샷터를 올리는데
멈춰선 승용차에서도 같은 음악이 들린다.
애들 데리고 가족 낚시를 간다는 아저씨에게
누가 졸라서 가는냐 물었더니
"제가요!" 한다.
안면도 꽃박람회 구경 가자는데
길에서 시간 다 보내기 싫어서 낚시 가자고
아빠가 애들을 졸랐다고 한다.
지금쯤은,
안개 걷힌 물옆에 자리펴고 파라솔도 펴놓고,
언제쯤 고기 잡히느냐 채근하는 아이들과,
과일 깎아서 내밀고 있을 엄마의 모습이
한폭의 수채화가 되어 보여진다.
물가에 앉고 싶다.
물안개 자욱한 밤에 가물가물한 케미라이트 쳐다보며
겨울파카 뒤집어 쓰고 앉아 있고 싶다.
밤새도록 한번의 찌놀림이 없어도
그냥 그렇게 앉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운 계절 오월에,
아스팔트 도로를 달려 돈벌러 나오는 아침에,
아무도 모르게
소리내지 않으면서
제구실을 다하고 있는 자연에게서,
별스럽게 소리나지 않으며 살아가는
평범하고 아름다운 삶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