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이틀간의 휴가
요즘 계속되는 피곤함으로 몸살기운도 있고
정말 쉬어야 한다고 몸이 신호를 보내오길래
2일동안 휴가를 내었다.
그래 이틀동안 하고 싶은 데로만 하고 살자고 작정을 하고
또 단단히 결심을 하였다.
(잠도 원없이 자고, 아침에는 남편이랑 애들따라 산에도 가고.
서점도 가서 책도 좀 보고, 친구도 좀 만나고, 구두도 조금
화사한 것 하나 사고. 머리모양도 이쁘게 다듬고)
머리속에는 이틀동안 해야할일들이 빡빡히 시간대별로
정리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휴가내고 온 저녁에 걸려온 친정엄마 전화부터
나의 시간은 없어지기 시작했다.
평소 혈압이 높으신 친정아버님이 며칠동안 머리가
아프시다는 것이었다. 내일 병원에 가서 검사좀 받아보아야 하겠는데
어느 병원이 좋겠냐는 것이었다.
우리집이 친정에서 도시로 올라오는 길목이어서
내일 나 쉬니까 일단 집으로 오시라고 했다.
아들은 멀리 살고, 딸은 가까이 살아
친정부모님도 모든 일들을 큰딸인 나와 상의 하시니
당연히 친정일을 등한시 할 수가 없다.
오후에 올라오신 아버님 병원모시고 가서 CT촬영이며
온갖 혈액검사며 엑스레이 심전도등의 검사를 다 끝내고
시골집에 모셔다 드리고 나니 와~~~우 저녁 6시다.
이렇게 금쪽같은 하루의 휴가가 갔다.
휴가 둘쨋날
간장게장을 좋아하시는 시어머님과 남편을 위해
새벽부터 시장에 가서 살아있는 껄떡게를 사다 아침일찍
손가락 두군데 물려가며 게장을 담그고 냉장고를 뒤져보니
청소도 해야겠고 김치도 거의 떨어져 간다.
얼른 상가 부식가게에 가서 열무1단, 파1을 사다가 두돌도 되지 않은
둘째와 씨름하며 담고 나니 오후3시가 되어간다.
아구~~ 아구~~힘들어 혼자 투덜거리면서
커피한잔 들고 식탁에 앉아 있으니 두돌도 되지 않는
둘째놈이 베란다에서 킹킹대며 2킬로짜리 딸기 상자를 들고 오며
"엄마 딸기 주세요"한다.
"잉 이게 뭐냐" 어제저녁 남편이 딸기가 싸다며 사온 2박스의
딸기가 물러져서 애에게 먹이기가 부담스러웠다.
그 중에 좋은 것만 골라내서 둘째에게 먹이고 보니
2킬로가 넘는 딸기가 너무 아깝다.
이러다가는 버리게 될 상황이길래 꼭지따고 약간 무른 부분 칼로 도려내서
딸기잼을 만들고 나니 이제는 저녁 7시가 다 되어 간다.
아~~~~~~~이렇게 하여 내 이틀간의 휴가는 다 날아갔다.
저녁밥도 하기 싫어 멍하니 있는데 큰애가
"엄마 우리 아빠에게 맛있는 것 사달라고 해요"
하며 남편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한다.
남편은 자기 집에 도착할 시간 맞추어 아파트 밑으로 내려오란다.
남편은 해물탕에 백세주 한잔을 나에게 권하며
오늘 저녁외식이 내 이틀간의 휴가 보상비라고 생각하란다.
그래도 자기딴에는 쉬고 싶어 휴가낸 마누라가 계속
밀린 집안일만 해대니 내게 미안했나 보다.
그래! 아직까지는 나를 내자신보다 내 식구들이
더 필요로 하고 내가 있음으로 저렇게 즐거워 하고
좋아하는구나.
그 생활속에서 살아가는 기쁨을 느끼고 있는 난 주부이고.
여자는 결혼하여 한가정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주부라는 이름으로 변신하면
이미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누구누구의 아내로
누구누구의 엄마로 며느리로 딸로 살아가며
가족을 항상 우선순위로 두고 그속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는 일을 숙명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만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는 생각이 가끔씩은 든다.
정말 중요한 자기자신에게 해야할 투자는
기본이 아니라 호사스런 사치처럼 되어버린 느낌이 들고
내생활에 내가 없고
남편과 아이들이 중심이고 시댁이며 친정이
중심이 되어버려 어느순간 내자신을 찾으면 멀리
냉팽개쳐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아이들이 빨리 크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다가도
그때가면 내나이는 ? 픽 웃음이 나온다.
더디가도 원칙대로 살고
어떻게 보면 바보처럼 사는 인생같아 보이더라도
먼 훗날 살아온 길들을 내려다 보면 잘살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혼자 생각하며 스스를 위로해본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