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있는 교실
들꽃과 허브가 가득한 교실 우리 교실.
사실은 가건물이다.콘테이너 박스교실.
너무 춥고 너무 덥고 극과 극만 달리는 교실.
이층에서 한 아이만 달려도 지진이 일어나는
공포감에 덜덜.
중학교 때의 친구집이 생각난다.
그 친구는 우리 반 반장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우울한 그늘이 있는 얼굴이었다.
나와 친한 그 친구는 어느 가을날 오후,
자기집에 나를 데리고 갔다.
기차역 화물창고였다.
나는 깜짝 놀랐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기때문이다.
다시 놀란 것은 그 방안이었다.
친구의 어머니는 깨끗히 도배한 방에서
예쁜 울긋불긋한 비단으로 옷을 만들고 있었다.
그 친구는 결혼을 해서 헌신적인 현모양처의
모습으로 살면서 남편을 대학 총장까지 올려놓고
재작년 가을 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3남매는 결혼도 못시키고 어떻게 눈을 감았을까
총장 마누라가 죽었다고
모 당 총재의 꽃다발에서 동창부장판사 꽃다발
무려 200 여개의 꽃다발에 영안실 입구를 꽉 채웠다.
곧 쓰레기로 전락할텐데.
밖의 환경은 나빠도 방안을 깨끗하고 조용하게
안정감있는 집안으로 꾸민다는 사실이 참 좋았다.
우리 교실도 먼지와 소음과 더위로 최악의 상태지만
아름다운 꽃과 음악과 그림이 아이들의 표정을 곱고
아름답고 여유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공부시간이 끝나면 혜영이는 늦게 남아 쓰레기와
친구들이 흘린 정리하지못한 학용품을 친구의
사물함에 세심하게 넣어주고 늦게 나온다.
7세의 어린 나이에 벌써 봉사를 알고 한 것일까
아름다운 그 고사리 손이여 축복을.
모두가 아름다운 어린이는 아니지만,
그 중에 한 아이만이라도
그런 배려와 봉사의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
너무 큰 감격을 나에게 안겨 준다.
공부는 다 하는 것이 아니다.
받아들일 여유가 있는 아이만 받아들이는 것이다.
들꽃 사이에서 달팽이가 기어나왔다.
잡아 죽이는 것이 아니고,
달팽이와 대화를 하는 것을 본다.
답답해서 놀러 나왔니
시끄러워서 구경 나왔니
...................
오전에 비가 내리더니
1 시에 집에 갈 무렵에는 비가 그쳐 하늘이 청명하다.
교실 옆 모래사장에서 거북이 집을 만들라고 했다.
놀이를 모르는 아이는 마음이 삭막한 아이는
학원을 많이 다니는 멍한 아이는
행여나 흙이 손에 묻을까봐 손가락으로 흉내만 내는 것이다.
천하에 개구쟁이 사내아이들은 때를 만났다고 흙을 뿌리고
심한 장난으로 머리에 얼굴에 옷에 모래 투성이다.
두껍이 노래를 부르면서...
수돗가에서 고사리손을 씻는 모습이 귀엽다.
얼굴에 모래가 묻은 모습이 더욱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