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 호텔에 친구 사모님들 여섯명이 함께 갔다.
"우리 호텔 먹으러 해장국 갈까?"
호텔에서 해장국이 제일 싼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는 폼을 잡고 일식부에 들어갔다.
생대구탕 4그릇을 시켰다.
생대구탕 한그릇에 보통 만원정도 한다.
호텔에선 25100원이었다.
우리는 대구탕을 먹은 것이 아니다.
우리는 분위기를 먹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호텔 분위기는 아니었다.
고상하게, 조용하게, 속삭이듯 대화를 나눈 후
음식은 넉넉하게 시켜놓고
거의 손도 안대는 음식도 있고.
음식값을 계산한 후 팁을 두둑히 주고
그리 나왔어야 쥑여주는 분위기였을텐데...
우리는 여섯사람이 대구탕 네개를 시켜놓고
함께 몽땅 먹어치우면서 흥분해서 떠들었다.
역시 나는 청주보쌈 체질이다.
자고로 분위기 있는 호텔에
여자 여섯이 들어올 때 종업원들은 얼마나 아찔했을까?
다행스럽게도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라서
호텔 일식집에 손님은 우리 뿐이었다.
아줌마 근성이 여지없이 노출되던 어제 점심시간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요구하면서 팁도 안준 우리 아줌마들은
(아니 할매도 두세명 있었음)
호텔이 떠나가도록 즐겁게 웃고나와서는
승용차에 여섯명이 타고 요출을 넘을 때는
엉덩이를 드느라 혼이 났다.
우두두둑!~ 요출에 자동차 밑바닥이 내려앉을까 겁났고
교통순경에게 인원단속 걸릴까봐 혼이났다.
우리 다음에 또 "호텔먹으러 해장국 가자!"
하지만 종업원들은 "아줌마들 여섯명은 사절!"
그렇게 일식집 대문에 써 붙일지도 모른다.
"호텔먹으러 매운탕 또 가자!"
새로운 신종 구호제창을 하면서
잠시 시름을 잊고 까르르 웃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