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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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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돈 방석에 앉혀줄께


BY cosmos03 2002-04-30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고 난뒤
난 아이와 눈이 마주치는것이 두렵다.
어쩌면 그렇게도 눈만 요이~땅! 하고 마주치면 돈 일까?
거의 매일을 아이는 무슨 명목이던가 돈을 갖고간다.

대충 쓰는 가계부에도 보면 거의 매일 아이의 이름이 적혀있다.
잘게는 준비물부터 친구들과 군겆질 하는 비용까지 이 엄마가 다 대줘야한다
주급으로 한주에 만원씩을 주는데도
아이의 용돈은 항상 허덕거린다.

하긴
말이 주급이지 난 아이에게 일을시켜 그에 합당한 품삯을 받게 하는거다.
쓰레기 버리는데 오백원
아침마다 신문 갖고 들어오는데 오백원.
아빠 구두 닦아주는데 오백원
그렇게 해서 한주에 만원이 안될거 같으면 다른일을 시켜서는
만원을 만들어준다.
( 설겆이나 심부름 )

오늘 아침에도 아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반갑게 나를 부른다.
" 엄마! "
" 어, 왜에? "
" 나 돈 "
" 또 무슨돈? "
" 하복 맞춘거 찾아야돼. "
" 벌써? 얼만데? "
" 웅 오만 구천원인데 육만원. "
" 왜 육만원인데? "
" 천원 거슬러다 줄께 "
그렇게 육만원이 나갔고 아이는 또 다시 내게 말하는거다.

" 엄마, 십만원 준비해둬 "
" 왜 십만원은? "
" 으~응 사격선생님이 장갑 사야된다고 하셧거든 "
" 무슨 장갑이 십만원씩을 한다냐? "
" 에이~ 나도 몰라 그냥 십만원 이래 "

중학교에 입학을 하더니 아이는 공부는 죽어도 하기 싫다며
운동으로 승부를 하고 싶다고 지네 학교와 제법떨어진 유성여고로
사격을 하러다닌다.

저녁에 학교에서 오는 모습을 보면 아이는 많이도 지쳐보이는데 그래도 공부하는거 보다는 낫다며
제대로의 저녁을 먹을 사이도 없이 다시 합기도를 하러간다.

유난히 아이는 운동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가 너무도 황당한것이 엄마가 공부쪽의 학원을 넣을까봐
차라리 몸이 힘든 운동을 택하는거라 한다.

태권도는 이미 삼품( 삼단- 만 십오세까지는 삼품이라 한다 )을 다 따 놓았고.
유성 구청장배에서 부전승이지만 동메달까지 따 놓았으니
이제고만~ 하고는 지금은 합기도와 사격만을 한다고한다.

매일을 샤워를 해도 아이에게는 싱그러운 땀냄새가 난다.
난 그냄새가 좋다.
사람에게는 모두가 소질이 따로 주어져있는거라 믿는 나는
우리 딸아이에게는 움직임이 많은 운동에 소질이 있나보다 싶어
어거지로 책상머리에 않혀놓지는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사격이 솔찬은 돈을 필요로 한다는데 있다.
아마도 언제인가는 진짜 총을 사야하는데 그 총값이 장난아니게 비싼것이다.
( 총값이 이백만원 이라하니 )

어제부터 아이는 중간고사라고 하여 다른날보다 집에 일찍 들어왔다.
이런저런 얘기끝에 아이는 내게 말한다.
" 엄마, 내가 요즘 돈 많이 가져가서 힘들지? "
" 응. 알긴 아니? "
" 그래도 엄마 나, 팍팍 밀어줘 "
" 뭘 밀어줘? 여기서 더 얼마나 밀어줘야 하는데? "
" 내게 투자를 많이하면 엄마에게 돈 방석에 앉게 해 줄께 "
" 허이구~ 우리딸이 무얼해서는 이 엄마를 돈 방석에 앉혀줄까? "
" 나 있잔아 공부는 좀 못해도 사격 열심히 할께 "
" 거야 당연하지. 공부가 안되면 다른거라도 열심히 해야지 "
" 총 열심히 쏘아서 나 금메달 따올께.
그러면 엄마는 금메달 따온 돈으로 평생을 편히 먹고 살수 있는거야 "
" 그러니? 그럼 엄마 지금부터 돈 안모아도 되겠네
엄마 아빠의 노후가 우리딸에 의해서 편해질테니 "
" 응 그러니까 지금은 내게 열심히 투자를 하라구 그럼 엄마 후회하지 않을테니까 "
" 이야~ 우리딸 때문에 엄마 밥 안먹어도 배 부르네 "
" 응 그러니까 내가 돈달라고 하면 뭐라 그러지말고 팍팍 줘 "
에이구~ 말이나 못하면...

그래도 기분은 좋다.
아이는 제 하는일에 긍지와 신념을 갖고 있는듯하여
공부가 남보다 떨어져도 그리 신경이 쓰이지를 않는다.
제 하고 싶다는거 어떻게든 밀어주는게 부모의 도리인것을
꼭 금메달을 못따면 어떻고
우리 노후를 책임 못지면 어떠랴?
그저 심성곱게 지금부터도 엄마 아빠의 노후를 생각해 주는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난 행복한것을.
잊을까 싶어 아이가 아침에 가져간 돈을 가계부에 정리를 하다보니
새삼 아이와 나눈 대화가 생각이 나서 내심 흐믓해진다.
돈방석...
돈방석이라.
허투루 하는 아이의 말일지라도
난 내 딸아이의 말을 믿고만 싶어진다.
" 엄마, 늙어서는 내가 돈 방석에 앉게 해 줄께 "
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