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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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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후-


BY 도가도 2002-04-29

지난 토요일 둘도 없이 친한 언니가 인천에서 나를 보러 왔었습니다.
대학2년을 다닐 때,알게 된 나보다 5살이 많은 언니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들어간 대학에서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맴돌기만 할 때,
그녀는 나의 유일한 벗이었습니다.

졸업하고 나는 부산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고,
그녀는 서울로 직장을 향해 떠났습니다.
결혼생활,시집살이에 이리 치이고,저리 치였던 저는
그 언니에 대한 그리움,
같이 했던 추억을 되씹을 여유가 없었답니다.
그 언니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저의 현실은
그녀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 밑바닥에 뭍고 살게 했습니다.
너는 내가 보고 싶지 않냐는 그녀의 생똥맞은 전화질문에
전 난감할 때가 많았습니다.
어떤 이는 사는 일에 지치면, 문득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는 그저 아무 생각없이 잠만 자고 싶어지는 사람이니까요.

1년에 한번정도 가는 전라도 익산인 친정을 갈 때면,
그녀도 서울서 내려와 나를 보곤 했던.....
그러고보니, 햇수로 3년만에 그녀를 보았습니다.

이제 병드신 홀시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시집살이가 많이 줄어든 지금,
문득 하동에 오겠다는 그녀의 뜬금없는 전화에 당황했습니다.
워낙 먼 거리이고,
집도 많이 누추하고, 그녈 즐겁게 할 경제력도 없기에...
상황이 그러하니, 올라면 그런 줄 알고 오라고 못을 박아도
한사코 오겠다고 주장합니다.
직장을 다니는 그녀는 벌써 월요일까지 시간을 비워놨다고 우깁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싶어 오라했습니다.

인천집에서 오후1시에 출발한 그녀는
밤 10시에 울집에 도착했습니다.
서로 하나도 변하지도, 늙지도 않았다는 인사로
반가움의 인사를 표했답니다.

반찬이라고는 4가지종류의 풀밖에 없어,
조금 허허로운 밥상을 그녀에게 안겼습니다.
난 원래 풀 좋아하잖아 하는 그녀의 위로에
고마운 맘을 가져봅니다.

일요일...
하늘이 흐렸습니다.
간간히 비도 내렸습니다.
간만에 온 벗에게,
차가 있었음,
남해에도 가고, 섬진강 주변의 재첩국도 맛보게 했을 터인데,
그러지 못하니, 말로만 그렇게 생색을 내봅니다.
비가 오지 않았음,
산보라도 다녀왔을 터인데,,
투명한 햇살에 반사되는 형광과도 같은 자연을 맘껏 구경시켰을텐데,
하늘에 가득한 반짝이는 별들도,
개구리의 울음 소리도 들려줄 수 있었을텐데,
하늘은 모처럼 만난 우리를 시샘하듯,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하루종일을 방에서 지짐 부쳐먹으며, 수다로 시간을 채웠지요.

밤에 아이들이 코~자고 있을때,
그녀는 오는 길에 들으려고 cd 한장을 샀다며,
좋다고 들어보라는데,
신작님이 소개했던 집시 패션이었습니다.
1장을 다 들어보지 못했지만,
라보헴 이라는 곡도 아주 좋았습니다.
정말로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에 들음,
그자리서 죽어도 행복할 만큼 애잔한 음악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새벽두시가 다 되도록 얘기를 나누었지요.
학교 다닐 때의 사건들...
직업에 대해서..감성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남자란... 여자란..성에 대해서..
결혼생활...이혼..인생이란 것..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 언니는 좀 답답했는지..
담번엔 차를 꼭 가져온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족히 5,6시간은 걸릴진대, 피곤할텐데..
에이, 앞으로 적어도 1년 후의 일인데, 그때가서 고민해야겠습니다.
그때는 제가 조그만 소형차라도 있었음 좋겠습니다.

그녀에게 좀 미안합니다.
아무리 허물없는 사이지만,
넘 대접을 소홀히 한 것 같아 미안하기만 합니다.
행복하게 제자리로 보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넘 아쉽기만 합니다.
참 쉽지 않은 발걸음 이었을 텐데....

아~ 비는 이 내려앉은 맘을 낼까지 갖고 있으라네요.
이 습하고 칙칙한 기운 정말 싫습니다....